◎물가안정연착륙·대기업중기 등/상반요소 동시추구 조화여부 관건/상반기 중립하반기 팽창정책펼듯정부가 5일 밝힌 96년 경제운영방향의 핵심은 크게 4가지다.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날로 심각해지는 중소기업문제등 경기양극화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 동시에 비자금파문등으로 위축된 기업을 추스르자는 것이고, 거시적인 면에서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수출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환율을 적정선에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을 경제논리로 보면 상반된 요소가 많다. 물가안정과 경기 연착륙,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혁과 경제생활의 질 향상등 동시에 추구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르는 정책들이 서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같은 방향을 정한 것은 올해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든 상태에서 하강 속도와 기울기를 더욱 빠르고 가파르게 만들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총선이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지자제선거를 들어 총선도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나 총선과 지난해 선거와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연초부터 나타나고 있는 일본 엔화의 약세현상도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자본자유화에 따른 환율 절상압력이 가세할 경우 수출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물가는 지난해의 4.7%보다 낮은 4.5%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농산물의 해거리 가능성과 외환 및 자본자유화의 가속화에 의한 해외자본유입 확대등 불안요인도 많다. 사상 최저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지만 부문별로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민노총의 출범등으로 임금 및 노사관계도 안심할 수 없다.
또 비자금파문등으로 움츠러든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쉽게 회복된다고 장담하기 힘들고 1만달러시대를 맞아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 요구도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각 부문간 성장격차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높은 임금상승, 개방과 규제완화에 따른 경쟁심화, 소비패턴의 고급화로 인한 경제구조의 조정과정에 그 원인이 있어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정부는 올해 경제운영의 중점을 ▲물가안정 지속과 경기연착륙 유도 ▲경기양극화 완화와 구조조정 지원 ▲경제개혁 추진과 기업환경 개선 ▲국민생활 안정과 질 향상 ▲세계화의 지속적 추진 등에 두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향은 성장을 다소 희생하면서도 물가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지난해 경제운영의 기본방침과 많은 거리가 있다. 간단하지 않은 국내외 여건속에서 경기 연착륙 유도를 위해서는 경기 부양책을 쓸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상반기에는 경기 중립적으로, 하반기에는 다소 팽창적으로 경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대선이 있는 97년의 경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정부의 올해 경제운영방침의 성공여부는 이같은 정책들이 상반되지 않고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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