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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켜야 한다/한숭호 경제2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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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켜야 한다/한숭호 경제2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6.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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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누구나 지켜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못지킬때는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국이 뒤숭숭해진 틈을 타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이 자주 눈에 띈다.대표적인 예가 서울시의 지하철개통 연기다. 서울시가 지난 연말 발표한 새해 주요사업계획보고서를 보면 그동안 올 6월이면 개통될 것이라고 장담해온 지하철 5호선 시내구간(애오개―왕십리) 개통이 하반기로 미뤄진 것으로 돼있다. 그동안 하도 여러차례 지하철개통을 미뤄왔던 탓일까, 이번에는 공식으로 개통을 연기한다고 발표하지도 않고 도로개발 도로확장 주차장건설 등 수십가지 사업계획 가운데 끼워놓고는 슬그머니 「하반기 개통」이라고 적어놓았다. 연기하는 이유도 밝히지 않은채 하반기라고만 했으니 몇월이나 되어야 개통될지 모른다. 지하철개통을 애타게 기다려온 해당 지역주민들에게는 분통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시만이 아니다. 지하철 3호선과 연결되는 일산선전철공사를 맡고 있는 철도청은 지난 연말 일산선개통을 이달말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지난해 12월20일 개통한다던 일산선이었다. 11월초 시험운행중 열차추돌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연내 개통에는 문제가 없다던 철도청이 자신들이 정했던 개통예정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말을 뒤집어 버렸다.

그런데도 서울시와 철도청은 얼마전부터 지하철 전동차에 5호선 전구간과 일산선이 그려진 지하철노선도를 새로 붙여놓았다. 문짝마다 붙어있는 보라색의 5호선과 감청색의 일산선 노선도에는 역이름과 환승역까지 표시돼있어 개통된 것으로 착각하기 좋게 돼있다. 서울나들이를 한 지방사람, 요즘들어 지하철에서도 자주 보게되는 외국사람들은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고는 실수하기 십상이다. 모처럼 지하철을 탄 서울사람도 5호선이 벌써 전부 개통됐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해놓았다.

서울시와 철도청의 거짓말은 공무원들이 아직도 국민을 우습게 보고 민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전시행정에 신경을 더 쓴다는 또 다른 증거다. 교통체증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 지하철이 곧 개통되니 참아달라고 발표하고 조금 잠잠해지면 문제가 있어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을 뒤집고 있는 것이다. 생색내고 자랑해야 할 때면 요란하게 발표했다가 그게 아니다 싶으면 언제 그랬느냐는듯 꼬리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안전문제 때문에 공사를 더 튼튼히 해야하고 공사가 끝났더라도 시범운행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해명도 한두번이지 그만큼 장담해온 개통일을 불과 한두달 앞두고 문제가 생겼으니 개통을 또 연기하겠다면 사람들은 믿을 것도 안 믿게 된다. 더군다나 5호선 시내구간처럼 그나마 변명도 없이 다른 공사계획에 슬쩍 포함시켜 개통이 연기된 사실을 「물타기」해버린다면 당국을 못믿는 나머지 증오하게 되지나 않을까. 지하철개통만을 믿고 5호선이나 일산선부근으로 이사를 갔던 사람중 개통이 연기됐다는 사실을 알고 당국을 원망하는 사람이 숱하다.

새해에도 숱한 정책과 새로운 시책이 국민과 국민생활편의, 국가경제발전을 위해서라는 포장으로 발표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중 얼마만큼이 당초 계획과 목표대로 지켜질 것인지 궁금하다. 거창한 사업계획보다는 약속을 지키고 민생을 생각하는 행정을 국민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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