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에 도전 72세 여장부/투사경력에 사회봉사활동… 지지자 늘어팔레스타인 최초의 「대통령」을 꿈꾸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에게 깜짝놀랄 도전자가 등장했다. 72세의 할머니가 『아라파트로는 진정한 독립을 기약할 수 없다』며 기세등등하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이 화제의 여장부는 「아줌마」라는 별명만 대면 모르는 팔레스타인인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미아 카릴이다. 그는 20일 사상 첫 팔레스타인 의회선거와 함께 치러질 자치 행정부대표선거에서 아라파트와 맞붙는 유일한 후보다.
단아한 쪽머리와 순박한 눈웃음이 영락없는 할머니 모습이지만 그가 선거유세를 통해 내뿜는 강기는 아라파트도 섬뜩할 정도다.
『아라파트는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땅을 팔아먹은 나약한 인간』 『아라파트만 따라가면 팔레스타인 독립은 물건너 간다』
아라파트에 맞섰지만 카릴의 정치 색채는 하마스처럼 극단주의 계열은 아니다. 『아라파트가 주도하는 선거에 당당히 참여해 「제도권」틀안에서 팔레스타인 지도체제의 변혁을 이뤄내겠다』는게 카릴의 출사표다.
그는 화려한 투사경력을 갖고 있다. 제3차 중동전이 발발한 67년 PLO에 가담한 이후 여성중심의 반유대투쟁을 주도, 6차례나 투옥된 바 있다. 특히 70년대초부터 12년간 거주제한 조치에 묶여 이스라엘군의 특급 경계인물로 감시받기도 했다. 「팔」지도자의 덕목으로 평가되는 투쟁경력에 관한 한 일단 합격권에 든 셈이다. 그는 또 90년대들어 과자공장을 경영하며 모은 돈으로 사회봉사활동을 전개, 극빈계층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카릴은 뒤를 지원해줄만한 정당이나 정치조직이 없다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으나 최근 지지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라파트의 장기 독주에 염증을 느낀 젊은층과 여성유권자들을 파고드는 그의 선거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아라파트는 최근 자신을 비판한 신문사를 탄압하는 한편 총선을 불과 보름앞둔 상황에서 의석수를 임의대로 변경하는등 전횡을 일삼아 비난을 사고 있다. 때문에 『아라파트 꼴보기 싫어서라도 카릴을 찍겠다』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카릴의 인기가 아무리 드높아도 아라파트를 공략하기에는 무리라는게 대체적 분석이다. 하지만 그가 이번 선거에서 얻을 지지도는 바로 아라파트에 대한 팔레스타인내 반대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는 이 70대 여장부의 기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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