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중년에 접어들면 노년을 어떻게 살것인가 관심을 갖는데, 한 선배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나는 돋보기와 소설책만 있으면 돼요. 더 욕심을 부린다면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서점과 산책길이 있고,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몇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의 노년대책은 뾰족한 취미나 재주가 없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것이다. 문학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생재산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1996년, 문화체육부가 정한 「문학의 해」 는 문학 위기론속에 막을 올렸다. 영상문화와 컴퓨터가 판을 치는 시대에 문학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오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그러나 결론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락적이고 감각적인 문화속에 성장한 신세대에게 문학이 과거의 영향력을 잃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학은 영원히 문화의 근원으로 존재할 것이며, 대중문화가 범람할수록 순수문학에 대한 요구와 향수, 고급문화로서의 가치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학의 해 조직위원회(회장 서기원)는 한민족 문학인 대회, 근대문학관 건립, 번역원 설립 등을 준비하고 있으나 제한된 예산으로 문학중흥의 바람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학의 해가 성공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96년을 「나의 문학의 해」로 삼고 문학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학생시절 좋은 문학작품을 읽고 감명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요즘 자녀들이 접하는 문화의 내용을 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을 것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만화와 비디오 게임, 저질 추리·공상·연애 소설속에서 성장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나중에 고급문화를 저절로 이해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학이 주는 감동과 향기를 자기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서 인생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훈련은 청소년기에 해야 한다.
학생시절이 흘러간후 오랫동안 시나 소설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은 올해를 「나의 문학의 해」로 정하고 각자 계획을 세우는게 어떨까. 오랜만에 서점에 가서 자기시대의 작가뿐 아니라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골라 보고, 토요일 저녁쯤에는 밤새워 소설읽는 재미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람은 한평생 유형 무형의 재산을 쌓아가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생을 풍요롭게 하는 재산은 드물다. 「좋은 돋보기와 좋은 소설들」로 노년을 풍요롭게 보낼 수 있다면 그는 얼마나 부자인가.<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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