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가까이 살면서도 견원지간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는 형제가 있었다. 동네사람들이 몇 차례나 화해를 종용했지만 사이는 더욱 나빠져 「못된 형제」란 욕설이 그치지 않았다. 이를 보다 못한 옆집 노인이 몹시 추운 어느날 형제를 자기집에 초대해 좁은 방에 같이 있게 한후 급한 용무가 생긴 것처럼 밖으로 나갔다. ◆형제는 등을 맞대고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때가 되어 밥상이 들어와도 잠자코 숟가락질만 할 뿐이었다. 추위가 더욱 심해져 몸이 떨려오자 무심코 한숨을 쉬었다가도 상대를 의식하곤 곧 입을 다물었다. 저녁이 되어 하인은 목욕물을 끓였다면서 땔감이 모자라 물을 더 데울 수 없으니 같이 사용하도록 청했다. ◆둘은 하는 수 없이 욕탕에 들어갔으나 살갗이 부딪칠 때면 황급히 몸을 움츠리곤 했다. 밤이 되자 하인은 조그만 화로 하나를 갖다놓았는데 저절로 손이 가면서 얼굴을 맞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순간 묘한 친밀감이 생기면서 돌아가신 부모님 얘기가 나왔고 결국엔 웃음소리까지 들려오게 됐다. ◆『오래들 기다렸네. 이렇게 형제간의 사이가 좋은데 괜히들 입방아를 찧었구먼…』 노인의 말에 형제는 눈물을 떨구며 감사하게 되었고 한우산속에 다정히 눈덮인 길을 돌아가 평생 사이 좋게 살았다. 대통령, 정당대표등 각계요인의 올 신년사엔 「화해」와 「화합」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 ◆총선의 해답게 연휴에도 금배지지망생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집무 첫날인 3일 각정당들은 15대총선의 필승을 다짐하면서 기세좋게 닻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간, 집단간, 지역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 우려되는 가운데 자기주장만을 내세워 말만 많을 뿐 「노인」처럼 지혜를 짜내고 몸소 실천하려는 사람은 좀처럼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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