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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기획­한·미·일·불 석학 「정보화 사회」 인터넷 대담: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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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기획­한·미·일·불 석학 「정보화 사회」 인터넷 대담:Ⅰ

입력
1996.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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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대무기는 “정보화”/개인과 국가의 운명 걸렸다/문화 양극화현상 멀티미디어로 융화 가능­이어령/국가간 풀제 통해 정보제국주의 방지해야­운가/권력이 정보독점하던 시대는 곧 막 내릴것­하세가와/정보격차 해소땐 세계경제효율 더 높아져­포베아톰(물질)보다 비트(정보)가 중시되는 디지털시대다. 세계는 정보혁명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있다. 5세기전의 신대륙발견에 이어 정보혁명이 창조한 20세기말의 신대륙―사이버 스페이스(Syber Space·가상공간)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열강들의 정보고속도로건설은 정보화를 무기로 20세기 산업사회에 누렸던 영화를 연장시키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20세기를 놓쳤던 우리는 정보화의 도도한 흐름을 외면한 채 다시 21세기 정보식민지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정보선진국으로 인류공영을 실현하는 한 축이 될 것인가. 시대는 우리에게 선택을 재촉한다. 한국일보사는 새해를 맞아 샌퍼드 운가 미 아메리칸대 언론대학장, 자크 포베 전 프랑스 르몽드지 사장, 하세가와 게이타로 일본 국제경제평론가, 이어녕초대 문화부장관등 각국 정보선각자들을 인터넷 가상공간에 초청, 정보화 혁명과 인터넷의 진정한 의미, 정보화와 한반도 통일, 정보화와 환경등의 주제를 놓고 사이버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본사와 이어령교수가 만든 질문에 토론자들이 답하는 방식을 택했다. 영어 원문은 인터넷(http://web.or.kr/21st)으로 전세계에 서비스되고 있다.<편집자주>

―19세기 전신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인류는 국가간 전쟁과 문화적 갈등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미디어혁명이 이 역할을 대신할 것을 바랍니다. 이러한 미래관이 단순한 기술만능주의(기술결정론)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포베:무엇보다 현실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류가 발명한 통신기술중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한국이 이미 이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구텐베르크의 활자발명은 기독교전파등 서유럽의 문화발달에 크게 기여했고 철학도 발전시켰습니다. 30년대의 신문, 60년대의 TV도 세계를 무대로 한 통신공간을 확보해 놓았습니다. 100년전에 개발된 전화는 즉시성과 대화성을 구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등 최근의 컴퓨터통신은 정보통신이 전문가나 특권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지구촌 곳곳에 전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개인은 단순히 음성과 시각 매체의 공유를 뛰어넘어,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통신의 자유라는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음성 문자 사진 등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은 텔레비전으로는 불가능했던 쌍방향통신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정보 대중화시대가 열림으로써 수많은 정보조작들―히틀러의 정치선동, 야만적인 흑백논리 횡행, 걸프전 당시의 사진조작 따위―은 더이상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하세가와:디지털미디어시대로 나아가는 데 가장 커다란 장애는 우선 네트워크 유지비용이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며 너무 비싸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정보의 규제입니다. 또 각국의 통신사업자가 국제 네트워크(통신망)와 연결하려면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세번째는 언어장벽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장애들은 조만간 해결될 것입니다. 치열한 정보통신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민간기업들은 통신서비스 요금을 낮추고 중요한 정보를 빨리 얻기 위해 세계 네트워크에 합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보통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정부는 각종 통신규제 정책을 없애 많은 정보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해야 합니다.

▲운가:우리가 전신등 19∼20세기에 개발된 통신수단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국가간의 전쟁과 문화적 갈등이 심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통신기술은 전쟁을 억제하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백악관과 크렘린사이에 설치된 핫라인(직통전화)이 많은 위기를 넘기는 데 일조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현재의 정보통신혁명에 대해서도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미디어는 통신속도를 빠르게 만들지만 디지털미디어가 인간 자체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인간 본성과 지구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냉소주의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어령:정보기술이 인간의 본성이나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지적입니다. 일례로 스위스는 최근들어서야 비둘기 통신부대를 해체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첨단통신망은 파괴되고 「노아의 홍수」때처럼 원시적 통신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반증한 것입니다. 냉전시대 각국 지도자간의 핫라인이 오해에 의한 전쟁을 억제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걸프전을 「강철에 대한 실리콘의 승리」라고 말하듯 정보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전쟁기술의 발달을 동반할 수도 있습니다. 월남전과 달리 걸프전에서 미국측의 사망자는 거의 없고 이라크측의 사망자가 많았다는 점이 이를 증명합니다. 결론적으로 정보미디어는 다른 기계와 달리 인간의 두뇌와 마음을 연장시킨 것이기 때문에 히틀러의 정보조작 처럼 인간본성도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정치선전수단으로 사용되었던 축음기가 점차 대중 오락매체로 바뀐 것처럼 새로운 기술은 평화와 자유의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동양권의 정보라는 어휘에 정(Affection)이 들어 있고 통신에는 믿음(Trust)이라는 뜻이 담겨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새로운 정보기술은 그것을 뒷바침해주는 새로운 문화를 필요로 합니다.

―인터넷은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지만 각나라의 언어 윤리 문화 통념이 서로 달라 제2의 바벨탑이나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기도 하지만 음란물이나 쓸모없는 정보를 널리 전달한다는 비난도 받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운가:인터넷이 음란물의 대명사처럼 비난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실세계에서 음란물의 폭격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사용자가 음란물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효율적으로 취사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같은 기술혁명을 공공선(common good)으로 승화할 수 있는 선각자(visionary)가 등장할 것입니다.

▲하세가와:일부에서는 인터넷이 음란물을 전달하는 통로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음란물은 자유의 상징(symbol of freedom)이고 뉴비즈니스를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만약 어떤 정부가 인터넷의 음란물 유입을 차단한다면 음란물 외에 다른 중요한 정보도 차단되어 그 나라는 국제 비즈니스 시장에서 고립되고 맙니다. 따라서 음란물 유입정도는 그 나라의 정보의 자유를 가늠할 수 있는 정보화 지수 역할을 합니다. 자유는 시장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각국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유지해야 합니다. 역설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음란정보가 흘러오면 그 나라의 경제체질은 강화하고 경제는 빨리 성장하게 됩니다. 인터넷의 과업은 모든 사람에게 대량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며 어떤 정보를 취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비즈니스맨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대보다 빨리 최신 정보를 얻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목적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에야 인터넷은 인류의 공동재산이고 명실상부한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이어령:인터넷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것에 대체적으로 공감합니다. 「음란물은 정보자유의 척도」라는 주장은 인터넷을 정보의 쓰레기통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가히 충격적 메시지입니다. 인터넷에는 한 미국학생이 자신의 식단을 매일 공개하고 있는 홈페이지가 있습니다. 언뜻 정보의 쓰레기나 낭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식품업자나 건강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 홈페이지를 통해 신문 방송이나 정부의 통계자료에서는 접할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의 핵심은 공적인 정보와 사적인 정보, 시각과 음성, 언어와 비언어 정보, 일과 놀이 등 지금까지 양극으로 분열돼 있던 문화현상을 중개하고 통합하는 뉴미디어라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인 네트워크가 문화의 차이나 마찰까지 메워줄 수는 없습니다. 일례로 「A little bit sticky」라는 말은 미국에서 「별문제가 없다」는 뜻이지만 영국인들은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해합니다. 인터넷이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정보고속도로의 구축뿐 아니라 세계적인 것(global)과 지역적인 것(local)의 융합이 무척 중요합니다.

▲포베:인터넷은 발견과 통신을 위한 새로운 도구(vehicle)입니다.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에 이어 인터넷은 사진 음성 문자 등 여러 형태의 통신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 인간의 발견 욕구를 쉽게 충족해 줄 것입니다. 지구상에는 현재 3,000개가 넘는 언어가 있지만 특정 언어만 널리 쓰이게 되면 언어 고유의 상징성은 잃어 버리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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