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타락천사(영화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타락천사(영화평)

입력
1996.01.04 00:00
0 0

◎홍콩 밤풍경에 젊음 짓누르는 우울과 절망 그려초광각렌즈에 담긴 홍콩이란 도시의 밤풍경 속을 배회하는 킬러와 말을 잃은 청년 하지무(금성무 분), 사랑을 잃은 소녀들. 왕가위(왕자웨이)감독은 이들을 『타락천사』라고 부른다.

왕자웨이 영화의 특징적인 음향의 사용, 즉 인물 내면의 소리를 내레이션화한 것은 팝송의 빈번한 사용과 빠른 편집 때문에 자칫 뮤직비디오로 보이기 쉬운 「타락천사」에 무게를 실어준다. 그 무게란 청년시대의 가늠할 길없는 우울과 절망, 그 사이에서 동요하는 사랑의 총량에 다름 아니다.

「타락천사」에 등장하는 5명 중 가장 독특한 인물은 하지무이다. 충동적이고 집요하며 희극적인 이 청년은 5세 때 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먹고 벙어리가 되었다는 엉뚱한 개인사를 갖고 있다. 밤이면 문닫은 가게를 열고 들어가 주인행세를 하면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강제로 아이스크림을 먹이고 삶은 돼지를 붙잡고 안마를 시도한다. 여자와 사랑에도 빠진다.

하지무의 아버지가 지배인으로 일하는 중경호텔에 묵고 있는 과장(이가흔 분)은 필름느와르의 전형적인 요부형. 킬러 지명(여명 분)을 사랑하지만 그가 떠나려는 것을 알고 살인을 사주한다.

스타TV, 뮤직비디오의 영향 아래 성장했고 편의점에서 산 콜라를 들이키며, 일상화된 소외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의 젊은이들에게 그의 영화는 이제 하나의 현상이며 이벤트이다. 단절과 소외의 경험을 비디오 클립같은 화면과 음악속에 실어나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하지무처럼 강박적일 만큼 반복적인 이야기를 동일한 스타일로 거듭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할 때가 온 것같다.<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