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힘넘치는 작품 잇따라 개봉새해에는 힘있고 독창적인 한국영화들이 잇달아 발표된다. 장르편식과 비슷비슷한 소재베끼기에 대한 반성이 하나 둘 결실을 맺고있는 셈이다. 1∼2월에 선보일 작품만 해도 8편이나 된다. 같은 기간에 개봉될 전체 한국영화 15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중 「내일로 흐르는 강」이 가장 먼저(1월27일) 상영된다. 「은행나무 침대」 「학생부군신위」 「유리」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7가지 이유」등도 개봉 채비를 갖췄다. 앞으로 한국영화의 흐름을 결정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는 작품들인 만큼 흥행여부가 주목된다.
소위 저예산(3억5,000만원) 독립영화인 「내일로 흐르는 강」(감독 박재호)은 조용히 만들어졌다. 그리고는 지난해 9월 캐나다 밴쿠버영화제 본선에 진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박감독 자신의 시나리오로 어렵게 완성시킨 이 영화는 소박하지만 개성이 돋보이는 영상언어로 가족해체의 실상과 새로운 가족관을 옴니버스형식의 2부(아버지, 가족)로 나눠 탐색했다.
아버지 박한섭(명계남 분)의 존재를 롱 테이크로 담아 유교적 가부장제를 상징하고 열린 창이나 대문, 문틈으로 잡아내는 인물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마치 이웃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트위스트를 추는 형 명수(이홍성 분), 팝송 「해뜨는 집」과 제임스 딘의 사진으로 상징되는 시대묘사도 깔끔하다. 강제규감독의 「은행나무 침대」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작품이다. 1,0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계속되는 사랑, 은행나무로의 환생, 전생과 현세의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수현(한석규 분)의 존재가 다분히 동양적이어서 우리에게 친숙하다. 박상륭의 난해한 소설「죽음의 한 연구」를 양윤호감독이 실험적 정신으로 도전한 「유리」는 신화와 종교와 토속신앙이 어우러진다.
평범한 사람의 죽음 앞에 벌어지는 인간들의 갖가지 행태를 통해 한국인의변화된 인성을 꼬집을 「학생부군신위」에서 박철수감독은 사랑과 죽음, 엄숙함과 가벼움, 슬픔과 웃음이란 대립된 요소의 충돌과 은유로 우리 식의 블랙코미디의 모델을 제시한다. 「맥주가…」(2월 19일 설날 개봉)는 정지영 강우석 장길수 등 개성이 뚜렷 한 7명의 감독이 각자의 스타일로 풀어보는 여성의 삶과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묶었다. 한국영화로는 처음 시도되는 형식과 제작방식인 만큼 기대도 크다.<이대현기자>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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