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분야 국내업체끼리 선두 각축/PC모니터·전자레인지도 경쟁력 최고비자금파문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여론의 집중성토를 받았지만 수출 1,000억달러시대를 지탱하는 주역들은 단연 대기업이다. 특히 삼성 현대 대우 LG등 「빅4」는「메이드인 코리아」를 세계적 상표로 밀어올리며 수출한국의 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올해 일류화상품 및 업체선정에서 반도체 D램 PC모니터 전자레인지등 3개품목이 포함된 전자·전기분야는 정상의 실력을 대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우선 반도체 D램과 메모리분야에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를 비롯, 가전 3사가 모두 엄청난 투자로 국내업체간 경쟁이 바로 세계순위로 연결될 정도다.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의 최근 실적은 눈부시다. D램 3년 연속 1위, 메모리 2년연속 1위, S램 2위, 마스크롬 2년 연속 3위, 반도체전체로서는 2년연속 7위. 데이터퀘스트등 세계적 전자정보서비스기관이 최근 밝힌 삼성의 매출기준제품별 세계랭킹이다. 특히 D램의 경우 2위인 일본 히타치사를 매출액에서 10억달러이상, 시장점유율에서 4.4%포인트나 앞섰다. 삼성이 처음 웨이퍼가공을 시작한지(74년) 20년만의 개가다. 2000년 삼성의 목표는 메모리분야 1위 고수와 비메모리분야 10위로 세계 반도체시장의 10%를 점유하는 「빅3」로 부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은 대체로 현지생산체제 구축, 현지기업의 매수합병, 유수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강화로 요약된다. 그러나 마스크롬 플래시메모리등 고부가 메모리제품과 여전히 선진국들에 압도당하고 있는 비메모리분야에 대한 육성이 과제로 남아 있다.
PC모니터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모두 세계 3위권에 든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2000년 1,000만대 양산체제를 갖추고 세계정상을 겨냥하고 있다. 올해는 수출360만대 내수16만대로 총 376만대. 5,826억원이 매출목표다. 컴퓨터제품의 호황과 맞물려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라인증설과 현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출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생산을 통한 현지화를 서두르고 있다. 전자레인지는 우리나라가 최대의 생산국이자 수출국. 유럽연합(EU)등 선진국의 반덤핑공세로 주춤하고 있지만 가전제품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컬러TV및 VCR와 함께 가전수출의 3두마차로 꼽히는 전자레인지는 현재 고부가가치제품을 개발, 가격은 물론 품질면에서도 세계정상을 인정받고 있다. 연간 20% 가까이 늘어났던 수출증가율이 최근 선진국들의 수입규제로 한자릿수에 머물자 가전 3사는 속속 해외생산거점 마련에 나섰다.<이종재기자>이종재기자>
◎외국기업 한국브랜드 도용사례/농심 「신라면」 본따 홍콩선 용심 「신랄라면」으로 현혹/브랜드 미리 등록 상표장사·수입독점권 주장 횡포도
한국브랜드도 많이 컸다. 외국기업들의 한국 브랜드 무단도용사례들은 국제사회에서 커진 한국브랜드들의 입지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의하면 중국 인도 타이 필리핀 등 아시아 후발국가와 칠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지리적으로 한국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브랜드 도용사례는 빈발하고 있다.
홍콩에서 농심의 「신라면」이 인기를 끌면서 등장한 유사품 「신랄라면」은 업체들 사이에 회자되는 대표적 사례다. 홍콩의 식품 취급업체인 빌리언 스트롱사는 올 4월 포장색깔 디자인 제품로고가 비슷한 신랄라면을 선보였다. 제품로고인 용심은 현지에서 롱신으로 발음돼 농심과 유사하고 조리방법과 성분등도 한글과 한자를 혼용해 한국에서 제조됐음을 은근히 시사하고 있다. 제조원은 대한민국으로 버젓이 표기했다. 더 심각한 것은 홍콩유명백화점 판매대에 신라면과 동시에 진열판매하면서 싼값으로 소비자들을 현혹하고있다는 점이다. 농심측은 상표등록을 추진하고 있지만 홍콩정청에서는 「신」이라는 표기를 한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파르도 SA사는 중국에서 전자제품을 수입하면서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대우전자의 영어표기와 유사한 「DAWO」를 사용하고 있으며 TV광고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에서는 현지기업이 「대한항공」 「낫소」 「코란도」 상표를 도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남아공에서는 「현대인터내셔널 트레이드」란 작은 무역상사가 현대종합상사의 영문표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유명상표들을 미리 등록해 입도선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상표장사를 하거나 수입독점권을 확보하기위해 또는 자사제품과 같은 종류의 외제품 수입을 막기위한 것이다. 상표선등록은 상표를 도용하는 불법행위는 아니지만 법의 테두리내에서 해외진출을 옥죄는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면도칼로 유명한 (주)도루코는 3월 칠레 산업재산권 담당국으로부터 상표등록신청을 받을 수 없다는 통고를 받았다. 93년 이미 「DORCO」는 내국인에 의해 면도날 양식용 나이프 등의 상표로 등록이 돼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칠레시장진출을 추진하던 도루코측에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미리 등록한 당사자와 접촉했지만 자신의 상표권을 사가라는 태도로 나오는 바람에 법정투쟁을 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망설이고 있는 상태다.<남대희기자>남대희기자>
◎세계 일류화 사업 기술한국 견인차/정예상품·기업선정 자금지원등 혜택
잘 키운 명품의 위력은 엄청나다. 명품은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국가전체의 인상을 만들고 나아가 이로 인한「후광효과」(할로 이펙트)로 다른 상품들까지 덩달아 덕을 보게 한다. 저가품을 통한 물량공세로 수출전선에서 성장해온 우리나라도 올해 1,000억달러 달성을 계기로 질적인 변화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질적 변화의 주역은 당연히 세계일류를 지향하는 명품들이 될 것이다.
한국의 명품만들기는 세계 일류화사업으로 요약된다. 87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의 자체사업으로 시작된 세계 일류화사업은 올해 통상산업부로 이관되면서 법률 정비등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갖추었다. 「수출품질향상에 관한 법률」에 일류화사업의 상품및 업체선정, 각종 지원시책등을 규정, 일류화사업의 법적 틀을 갖추었고 통산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일류화사업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가 직접 사업을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무공이 일류화사업을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 87년 10개품목 35개업체를 일류화상품및 업체로 선정한 이래 89년에는 22개품목 58개사, 91년에는 29개품목 53개사, 92년에는 27개품목 60개사, 93년에는 27개품목 55개사가 선정됐다. 그동안 상당한 성과를 이루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품목과 업체선정으로 세계의 명품육성이라는 본래의 목적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 9월 더욱 엄격해진 작업을 통해 선정된 세계일류화업체는 반도체 초음파진단기 피아노등 14개품목에서 모두 16개사. 세계 시장을 누벼온 쟁쟁한 15개품목 55개 업체가 경합을 벌인 결과이다. 이사업을 총괄한 무공의 김형식 상품개발처장은 『품목과 업체선정에서 어느 때보다 엄격한 기준들이 적용됐다』고 강조했다. 우선 품목선정은 현재의 수출성과와 비가격 경쟁력을 기준으로 수출경쟁력을 종합평가하고 장래유망성, 외화가득률, 연구개발투자등 정책적 사항까지 반영, 명실공히 세계 명품의 기준으로 손색이 없도록 했고 업체선정도 해외상표등록 수출실적등 기본요건에 해외시장 개척노력 신제품개발노력등을 체크하면서 소수정예원칙을 고수했다.
이같은 엄격한 기준적용때문에 손톱깎이 분야에서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대성금속이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지기도했다. 「777」로 유명한 이업체는 대부분의 국가가 숫자로 된 브랜드를 상표로 인정하지 않아 해외브랜드등록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일류화 상품으로 선정된 업체들에 대한 혜택도 적지않다. 통산부는 선정업체들에 대해 자금지원및 기술지도 해외홍보 인력확보우대등 실효성있는 지원시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소수정예로 선발된 일류화상품의 위력은 이미 한차례 입증됐다. 이달초 일류화상품의 해외홍보를 위해 미국 LA와 뉴욕에서 열린 순회전시회에서 총5,000여명의 현지바이어들이 몰려들어 2,200만달러 상당의 계약을 따낸 것이다.
다만 세계명품 만들기의 주체는 기업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통산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세계 일류화사업은 말그대로 지원으로 이해해야한다』며 『 명품에 걸맞는 품질과 디자인을 개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온전하게 기업의 몫』이라고 밝혔다. 일류화선정은 끝이 아니라 세계 명품을 향한 노력의 시작이라는 얘기다.<이재렬기자>이재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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