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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증오로 얼룩진 악몽씻고(싹트는 평화의 현장: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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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증오로 얼룩진 악몽씻고(싹트는 평화의 현장:1­3)

입력
1996.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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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파스트 에릭 스미스 시장/휴전이후 경제 살아나 문화갈등 해소가 숙제『시민들의 삶이 편안해졌다』

에릭 스미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시 시장은 테러와 분규의 도가니에서 벗어나 수십년만에 맞은 지난 16개월간의 휴전기간에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시민들의 생활상이라고 말했다.

『테러의 공포가 사라지고 평화와 안정이 돌아오면서 시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언제, 어느 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올지 몰라 항상 가슴 졸이며 공포에 떨어야 했던 시민들이 이제는 가족과 시내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평화를 만끽하고 있다』

스미스시장은 평화가 지속되면서 경제적 여건도 뚜렷하게 나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문제로 기피지역이었던 벨파스트시에 영국본토나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발길이 부쩍부쩍 늘어나고 공장을 짓겠다는 해외기업의 투자상담도 급증해 경제가 활력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스미스시장은『평화가 오자 여러 문제들이 술술 풀려 나가고 있다』며 『예컨대 높은 실업문제만 하더라도 그동안 온갖 고용정책을 폈어도 별 효과가 없던 것이 지난해 휴전이후 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기업들의 고용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평화가「잠정적인 평화」로 언제 상황이 돌변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 휴전이 영구 평화로 안착되는 징후가 뚜렷하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더이상의 폭력을 용납치 않을 것이다. 휴전이후 시민들은 평화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절감했다. 과거 일부 시민들 중에는 영구평화를 위해 때로 총칼이 불가피하다는 일부 과격단체나 정파의 노선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나 이제 신·구교를 막론하고 이런 조직이나 정파를 지지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는 휴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피스라인(Peaceline) 철거문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당연히 철거되어야 할 것이나 아직은 조금 이르다』고 말해 평화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내비췄다. 그는 『진정한 평화는 물리적인 폭력의 영원한 추방과 함께 신·구교 양측이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고 수용하는데 있다』며 양측간의 문화적 갈등을 앞으로 풀어야 할 최대의 과제로 꼽았다.<벨파스트=송태권특파원>

◎보스니아 우나주의회 아뎀 보리치 의장/비하치복구에 주민들 앞장… 새자치규정 마련 박차

43개월에 걸친 보스니아내전에서 최대 격전지로 유명했던 북부의 전략요충 비하치에는 이제 총을 멘 병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하루라도 빨리 전쟁의 상흔을 씻고 정상을 되찾으려는 주민들의 열의가 가득하다.

비하치의 재건에 앞장서고 있는 아뎀 보리치 우나-사나 칸톤(주해당)의회의장(49)은 『앞으로 과제는 비하치가 옛모습을 찾을 수 있도록 서로 화해하고 힘을 모으는 일』이라고 단합을 먼저 강조했다.

『비하치는 유엔안전지대로 지정됐으나 세르비아계 공격으로 함락직전까지 갔다』고 서두를 꺼낸 보리치의장은 『이곳은 크로아티아가 가깝고 크로아티아인이 세르비아계 공격을 피해 많이 이주해 온 탓으로 회교도와 크로아티아계간의 상호 협력과 적절한 역할분담이 재건의 열쇠』라고 지적했다.

비하치에서 약 7 떨어진 보신스키―노비 출신인 그는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먼저 비하치방어에 나선 전사였다.

『그때는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했다. 우리는 모두 무기를 들었고 마침내 모든 것을 지켜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번 비하치를 일으켜 세우는 신화를 창조할 것이다』

20만주민 모두가 힘을 합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며 의욕에 넘쳐있는 보리치의장은 먼저 의회에서 우나-사나 칸톤의 새로운 자치규정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이 자치규정을 바탕으로 『주민들은 평화롭고 잘 사는 비하치를 만드는데 열과 성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파리평화협정은 보스니아에 평화를 심는데 불완전한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것인만큼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겠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그는 평화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비하치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방송(TVBH)을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꼽았다.

『반야루카에서 보내는 세르비아계 방송밖에 접할 수 없었던 1년간은 절망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제 TVBH를 보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84년 고향인 보신스키-노비에서 처음으로 의원에 선출된 보리치의장은 사라예보와 베오그라드대학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법학자로 내전발발 직전까지는 비하치은행의 부책임자로 근무했다.<비하치=이진희특파원>

◎이스라엘 외무부 야코프 레비 부국장/대립탈피로 지역경제 활기/50년묵은 불신 푸는게 관건

이스라엘 정부가 벌이는 평화드라이브 정책을 총괄하는 야코프 레비 외무부 총무부국장은 『중동의 평화 정착 노력은 시대적 요청』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업무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건물같은 단층구조물군으로 이뤄진 외무부내 3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화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운을 뗀 레비부국장은 설득하듯이 인터뷰를 풀어나갔다.

『우리 세대는 힘으로 평화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항상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현상유지(Status quo)로 일컬어지는 이 기간동안은 나아진 것이 하나도 없는 정체 기간이었다. 후손에게는 이러한 대립 구도를 남겨줄 수 없었다. 나 자신도 두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 있는데 그들에게 평화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라빈 총리암살로 극명히 드러난 국론분열 위기등에도 불구하고 평화협상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그는 평화구도의 기대효과중 하나로 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즉 대치국면으로 인한 높은 국방비 부담을 줄여 침체에 놓인 지역 경제에 활기를 넣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립의 연속은 지역경제의 낙후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위기인식이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50년 가까운 적대기간동안 쌓여진 불신과 감정을 푸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밝힌 그는 이스라엘 군경과 팔레스타인 경찰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 벌이는 합동근무제가 상호 신뢰구축에 좋은 계기가 되고있다고 지적했다. 힘든 일을 함께 나누는 동지애가 싹튼다는 말이다.

아랍 강경파의 테러활동과 「대이스라엘 건설」을 외치는 유대 과격파의 반대 목소리가 평화의 틀을 깨트릴 위협요인이 되고있다고 전한 그는 『그러나 평화정착은 다수의 함의이며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고 낙관했다. 레비부국장은 이어 『이제 어느측도 평화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확고히 알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라빈의 죽음이 평화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국가적 큰 손실이자 애석한 일이지만 평화를 만들려던 고인의 유지는 가속될 것이다. 우리가 평화진전을 위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결정을 하고 있는지 협상 상대측들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기 때문이다』<예루살렘=윤석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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