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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보스니아­북아일랜드특파원보고:1(싹트는평화의현장: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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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보스니아­북아일랜드특파원보고:1(싹트는평화의현장:1­1)

입력
1996.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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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 그늘」걷히고 화해의 햇살온 인류가 손에 손을 잡고 화합의 노래를 부르는 날은 올 것인가. 서로 인종이 다르거나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고 총부리를 겨누었던 이웃. 지금 보스니아와 이스라엘, 북아일랜드 등 세계 3대 분쟁지역에서는 그 적대적 이웃들이 총을 놓고 화해와 평화를 싹틔우기위해 온 힘을 쏟고있다. 오랫동안 전쟁과 테러의 공포에 시달렸던 이들은 증오와 갈등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수 없다는 강력한 평화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전하고 있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대립을 극복하고있는 「싹트는 평화의 현장」을 시리즈로 조명해 본다.<편집자 주>

◎사라예보­「저격병거리」 총성대신 공놀이소리

총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포연도 사라졌다. 3년7개월여에 걸친 구유고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은 25만여명의 희생자와 200여만명의 난민들을 남긴채 그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14일 파리에서 공식조인된 평화협정에 따라 보스니아의 평화만들기는 올해 더욱 튼튼한 골격을 갖추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르면 5월 보스니아 전지역에서 민주총선이 실시되고 새의회는 회교도와 크로아티아계, 세르비아계 등 내전당사자들의 공존을 보장하기 위한 새헌법 제정작업에 착수한다. 또 10월께 각민족의 평화공존을 원칙으로 한 새 정부가 출범하면 냉전종식이후 가장 참혹했던 보스니아내전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된다.

이러한 평화정착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평화이행군(IFOR)이 지난 연말 사라예보를 중심으로 투즐라 고라주데 등 주요 지역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사라예보에 진주한 프랑스군은 세르비아계 저격수들의 목표지점이었던 보이보데 푸트니크대로 등 중심가에 집중배치됐다. 프랑스 장갑차곁을 유유히 지나가는 주민들과 밤이 되면 디스코장으로 몰려드는 젊은이들, 그리고 공동묘지로 변해버린 올림픽스타디움옆 축구장에서 공놀이에 열중하는 어린이들. 이들의 활기찬 모습에서 「사라예보의 봄」이 가까이 왔음을 느끼게 된다.

다정했던 이웃들이 92년4월 어느날부터 서로의 가슴에 총구를 겨누며 내전의 중심무대가 됐던 사라예보는 아직 포격으로 불탄 빌딩과 무너진 아파트, 끊어진 다리 등 전쟁의 잔해들이 가득하다. 그 폐허더미속에서 평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힘차게 움트고 있다.<사라예보=이진희특파원>

◎예루살렘­팔인들“우리정부”부푼꿈 경제자립등 아직은 험로

올해 정도 3000년을 맞은 예루살렘의 아침은 힘차고 밝았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며 피와 증오로 점철됐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공존의 기틀을 마련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대립의 땅에서 일궈낸 평화의 싹은 놀라울 정도로 건실했다.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의 비극적인 암살사건조차 평화를 희구하는 이스라엘과 아랍인들의 드센 바람을 꺾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순교」가 밑거름이 돼 평화진전을 촉진시키고 있다. 5월에는 중동 평화정착의 두축중 한쪽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공생을 위한 마지막 3단계 협상이 예정돼 있고 나머지 한축인 이­시리아 관계정상화 문제도 골란고원 반환을 전제로 해결 전망이 가시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채널2 TV의 정치담당 도브 질­하 기자는 『대립의 역사를 청산하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다』고 진단했다. 20일 치러질 최초의 자치의회구성을 위한 선거 준비에 바쁜 팔레스타인인들은 『우리의 미래를 이제 우리 손으로 가꿔낸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항구적인 평화의 싹이 완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험난한 여정이 남아있다. 오랜 갈등의 깊은 골을 메우는 작업이다. 특히 불구대천의 적을 평화의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억압에서 공존의 새 관계를 빚어내기까지는 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 최종 지위문제등 난관이 너무 많다. 자치지역내 팔레스타인의 정치·경제적 자립도 평화정착의 관건이다. 하지만 중동땅을 가로지르는 도도한 평화물길을 반전시키기에는 너무도 지엽적인 일인듯 하다.<예루살렘=윤석민특파원>

◎벨파스트­신·구교휴전 1년4개월째 경제살리기 야심적 플랜

영국으로부터 분리, 아일랜드와 통합하려는 구교도와 영국영토로 남으려는 신교도간의 분쟁으로 4반세기동안 피비린내 나는 테러와 분규가 거듭됐던 영국의 북아일랜드. 3,000명이 넘는 사망자와 3만6,000여명의 부상자를 내며 25년을 끌었던 북아일랜드 분쟁은 94년 9월1일 반영무장투쟁을 주도해온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전면적 휴전선언을 역사적 전환점으로 최근까지 16개월간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이 지역을 방문, 직접 중재에 나선 것을 계기로 한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평화협상이 활기를 되찾아 올해중 관련협정이 체결될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안정적인 평화의 기틀을 세우기 위한 튼튼한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북아일랜드 평화의 씨는 이미 뿌리를 내려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지난 1년4개월간 단 한발의 총성도 들리지 않았고 서로 총부리를 앞세우고 으르렁대던 신·구교 양측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평화를 논의하고 있다.

평화가 깊어가면서 주민들의 생활은 거의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갔고 상권이 살아나고 해외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 지역경제는 성장궤도에 오르고 있다.영국정부에선 북아일랜드의 경제를 본격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한 야심적인 플랜을 추진하고 있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크게 늘어나는 등 북아일랜드는 신르네상스시대를 맞는듯한 분위기다.

휴전은 무엇보다 신·구교 양측주민들에게 공히 무력대립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며 평화를 다시는 잃어서는 안된다는 각오를 새롭게 해주었다.<벨파스트=송태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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