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차승인 구도 완결 가능성/미대북경협 등 「관계개선」 우리와 마찰 생길수도/일전후문제 종결·시장선점 차원 대북수교 가속/중현상태 고수속 등사망땐 북중관계강화 전망/러실리외교 바탕 북한에 영향력 회복 꾀할듯96년에는 미·일·중·러등 한반도 주변 4개국에 총선 대선등 굵직굵직한 정치일정이 잡혀있다. 한편으로는 국가 최고지도자의 사망이 점쳐지는 나라도 있어 주변 강대국의 국내정세가 한반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김정일의 권력승계 지연, 군부의 이상징후,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한 소요등 북한 내부정세의 불가측성이 맞물려 동북아지역 안보환경은 불확실하고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서도 미·일의 경쟁적인 대북 접근이 가속화, 「2+2」의 남북한 교차승인 구도가 완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 정부의 남북간 직접대화 우선 정책과는 상당한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일·중·러 4국의 96년 국내정치 상황과 이에 따른 대 한반도 정책변화를 전망해 본다.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를 바탕으로 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구체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96년부터 한·일에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면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통해 북한에서 경수로사업을 시작하게 되고, 북·미 연락사무소의 96년초 개설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또 정치적 관계개선과 함께 제2단계 경제제재 완화를 단행함으로써 대북 경협및 경제지원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용호교수는 『이 과정에서 미국은 동맹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와 긴밀한 협의를 갖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북·미 관계 개선의 속도와 범위를 놓고 한·미간에 적잖은 불협화음이 노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북·미의 전면적 관계개선이 대세임은 분명하나 미국 국내적으로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는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과 여러가지 사안에서 충돌하고 있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인 공화당을 설득해야 한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이 내년 11월에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하면 민주당이 주도해온 대북정책에 결정적으로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클린턴대통령은 북한 핵문제의 잠정적 해결등 외교적 성과를 대선에서 유리하게 활용키 위해 대북 유화정책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과 관련, 남북 당사자 해결원칙을 지지하고 있으나 북한이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성할 경우 위기관리라는 명분으로 북한과 독자적인 군사채널을 가동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일은 95년에 합의한 대로 96년에는 전제조건 없이 수교를 위한 정부간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연초부터는 추가 쌀 지원을 위한 접촉도 있을 것이다.
2월 이후로 예정된 중의원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일본의 대북 접근정책은 전후처리문제 종결차원에서 계속 유지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세력들이 재집결할 경우 지금까지의 약체 연립정권에서와는 달리 대북정책에 더욱 큰 추진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북 접근정책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전후처리의 종결이라는 목적 외에도 ▲대 한반도 영향력 강화 ▲미개척 북한시장의 선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국제사회에서의 외교적 지위 확보 ▲북·미관계 발전의 견제등 다각적인 포석이 깔려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북·미간에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일본도 수교와는 별도로 이익대표부나 무역사무소 같은 연락기구를 설치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일본은 지금까지의 대북 수교교섭 과정에서 적극 검토한 대로 수교전이라도 북한을 국가로 승인함으로써 남북한 교차승인의 완결을 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일 수교교섭은 과거사 평가및 보상문제등이 걸려있어 실제 수교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안보및 경제적 측면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입장을 크게 거스르면서까지 대북수교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쌀 지원과 수교협상을 위한 잦은 대북 접촉은 직접적으로 심리적으로 남북한 양측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 틀림 없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96년에도 불확실한 김정일체제의 안정화를 지원하면서 북한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북한을 일방적으로 편들던 이데올로기 차원의 외교에서 국익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전환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95년 11월 강택민(장쩌민) 국가주석의 역사적 방한은 북·중관계가 특수관계에서 일반국가관계로 전환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결국 중국은 국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혁 개방의 지속을 위해서도 주변정세의 안정을 원하고, 이러한 필요성이 한반도의 현상유지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중국 최고지도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등소평(덩샤오핑)이 96년에 사망할 경우에는 다소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의 죽음은 북한 김일성의 사망에 이은 혁명1세대의 결정적인 퇴조와 함께 북·중 동맹관계의 후퇴를 예고할 것이다. 그러나 외교안보연구원 윤덕민교수는 『등이 죽는다면 강주석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가 시험을 받게 되면 중국사회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제, 『그럴 경우 정치우선주의 경향이 대두, 북·중관계가 강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으로 중국은 북·미 접근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해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반대하고 관련국의 참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90년 한·러 수교이후 남한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실리외교를 펴왔다. 최근에 와서는 미·일의 대북접근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고, 이러한 경향은 96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는 이미 시장경제체제로부터 후퇴할 수 없는 단계에 와있기 때문에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서지 않는 한 북·러관계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실질적으로 남한에 치중한 외교노선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한반도평화체제 전환과 관련, 러시아는 남북한의 기본적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미·일·중을 포함한 「2+4」 방식의 회담을 선호하고 있다.
한편으로 러시아는 95년말 총선에서 공산·민족주의 세력의 확산이 두드러졌고, 96년 6월 대통령선거도 혼전이 예상돼 옐친대통령의 재선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변수는 러시아가 대외문제보다는 국내문제 해결을 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 그러나 개혁세력의 퇴진이 한반도 정세에 좋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고태성기자>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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