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텐트·안전모자 등 9품목/기술로만 승부 세계최정상 “우뚝”세계일류는 덩치와는 상관없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해외시장에서 일류로 평가받는 중소기업들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기술하나로 승부해야하는 중소기업의 피와 땀이 어려있다는 점에서 세계일류상품으로 우뚝한 작은 거인들의 성공은 더욱 값지게 마련이다.
지난해 일류화선정작업에서도 앰프리시버 피아노 전자피아노 초음파진단기 텐트 혁제운동화 낚싯대 모자 안전모자등 9개부문에 9개 중소기업이 꼽혔다.
오디오의 심장으로 알려진 앰프리시버와 피아노등 악기분야에서 한국은 강국이다. 오디오전문업체 인켈은 지난해 1억2,000만 달러 수출가운데 70%이상을 자기브랜드의 앰프로 소화해냈다. 이미 외국의 빅바이어들에게 명품으로 인정받은 상태여서 성장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과 영창이라는 쌍두마차가 이끄는 피아노부문은 전세계 피아노 3대중 1대를 한국산으로 만들었다. 세계 최고브랜드로 알려진 스타인웨이와 품질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어쿠스틱 피아노는 물론 93년이후 본격화한 전자피아노도 미국시장을 석권하며 선전하고 있다.
85년 설립된 메디슨은 10년동안 매년 50%이상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하며 초음파진단기시장을 휩쓸고 있다. 2000년 세계시장의 25%를 차지한다는 목표아래 올해말까지 유레카 소노렉스등 중저가기종을 내세워 판매망을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컬러초음파혈류진단장치등을 주축으로 고가시장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세계시장의 60%이상을 차지하는 텐트도 한국의 전략품목이다. (주)진웅은 92년을 전후해 중국등 후발개도국의 참여로 텐트수출이 주춤하자 중국 스리랑카등 해외생산거점마련으로 난관을 극복하고 있다. 세계 경제포럼연구소(WEF)로부터 다음 세기를 리드할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세계최대의 모자수입국인 미국시장은 한국업체끼리 양분하고 있다.
유풍과 영안모자는 각각 7,000만달러 내외의 물량을 미국시장에 풀어놓으면서 스포츠모자분야에서 세계 빅3로 꼽힌다. 도미니카등 현지공장건립과 디자인개발에 몰두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HJC라는 브랜드로 해외오토바이 마니아들의 주목을 받고있는 오토바이 헬멧 메이커 홍진크라운의 성공도 극적이다. 미국시장에 진출한 이래 6년만인 92년 경주용부문에서 미국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데 이어 94년에는 일반용까지 석권,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올해 일본법인과 브라질법인 설립을 계기로 세계 정상을 노리고 있다.
은성사가 생산하는 실스타 낚싯대는 국내에서는 구경하기 힘들다. 생산품 대부분이 미국등 12개국으로 곧바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의 다이와, 스웨덴의 가르시아와 함께 세계3대 낚싯대메이커로 대접받고 있다. 92년 수출2억달러를 돌파한 이래 주춤하고 있으나 고가품위주로 전환,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발분야도 중국산에 밀려 쇠퇴기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해외투자로 90년 43억달러수출의 신화를 재현하려고 애쓰고 있다. 81년 프로스펙스라는 브랜드로 고급신발시대를 연 국제상사는 현재 전문경기화 35종 의류용품 70여종 등산레저용품 170여종을 취급하는 종합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제품 수출말고도 신발생산 노하우를 비롯 브랜드자체를 후발업체들에 판매하는 라이선싱사업에도 나섰다.
지난해 선정에는 빠졌지만 80년대 모피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했던 진도, 「777」이라는 브랜드로 손톱깎이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대성금속, 전자저울분야에서 독자적 기술력으로 세계5위권에 올라선 카스등도 각자의 분야에서 세계 정상을 지키는 브랜드들이다.<이재렬기자>이재렬기자>
◎전문가 제언/김성제사장 (주)인터브랜드 코리아/“브랜드 세계화는 기업 생존위한 필수조건”
브랜드전략에 대한 개념은 혁명적 전환기에 처해 있다. 이제 브랜드의 세계화는 「하면 좋은」 식의 권고차원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필연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선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은 브랜드 세계화를 가장 강력하게 촉진하는 제도적 요인이다. 시장환경는 물론 마케팅 메커니즘도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WTO체제는 앞으로 경제 전부문을 포함한 세계질서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WTO체제 출범 이전에는 국가의 존재등이 기업에 대한 통제력으로 어느 정도 작용해 왔었다. 각국의 시장 방어적 요인들을 불허하고 어느 정부도 자국 기업보호만을 주장할 수 없도록 시장의 완전한 개방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베풀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상대적 혜택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각국의 관세및 비관세 무역장벽과 각종 행정규제등은 축소되거나 철폐되고 있다.
세계가 하나의 거대시장으로 변하는 시대의 흐름도 글로벌 브랜드의 필요성을 부추긴다. 기술혁신의 가속화는 세계시장을 하나로 묶고 있다. 즉 교통 통신시설 정보기기의 혁신은 제품 생산비절감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정보와 생산자동화를 평준화시켜줌으로써 시장과 소비자들을 하나의 틀속에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또 뉴욕 파리 도쿄 서울을 막론하고 소비자들의 취향과 욕구가 지역적으로 균일화하고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적 이념적 인종적 차별성은 점점 감소되는 반면 제품 생산 지역의 표준화현상은 증폭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상품의 표준화현상은 글로벌브랜드 즉 브랜드 세계화가 지향할 목표를 제시해 준다. 이런 맥락에서 브랜드의 세계화전략이 추진돼야 함은 당연하다. 특히 소비자들의 세계화속도가 기업의 세계화속도를 앞지르고 있는 환경에 유념해야 한다.
시장의 세계화, 브랜드의 세계화 그리고 소비자의 세계화라는 특성을 갖게 되는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기업의 당면과제는 시장환경 변화요인을 정확히 인식하여 이에 적합한 대응전략을 추구하는 데 있다.
우리 기업들은 두가지 방향에서 브랜드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하나는 밖으로 진출하기 위한 것이며 또 하나는 국내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한 전략방향이다. 특히 한국시장도 이미 한국기업의 전유물이 아닌 전세계 브랜드들이 탐내고 있는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현주소는 여전히 구조적 문제점들로 가득차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글로벌브랜드전략수립은 시작돼야 한다. 우선 세계화개념의 결핍이다. 대부분 국내기업들이 중장기안목에서 세계화를 전망하려는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한국적인 것을 고수하려 한다. 기업명이나 기업로고가 세계화와 소비자의 시대감각과는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 제일 고려 태평양 조선 국민등의 브랜드가 대표적인 예다. 기업의 입장에서 획일화 혹은 거대화에 무게를 두는 것이다. 브랜드 전략개념의 부재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기업이 지녀야 할 철학 개성등 기본틀에 대한 이해와 개념을 확립하지 않고 단순하게 회사명이나 로고개발에만 역점을 두는 사례가 많다.
제품브랜드보다 기업브랜드를 중시하는 경향도 시정돼야 한다. 소비자입장에서 상품이나 서비스가 목적이지 기업 그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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