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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설희관 여론독자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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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설희관 여론독자부장(메아리)

입력
1995.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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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병자년 새해 아침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꼬리를 감추고 있는 95년은 뒤돌아 보기도 싫지만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사연도 많다. 얼마전 인천에 있는 빈민구제선교단체 「한국 사랑밭회」의 권태일 목사가 등기편지를 보내왔다. 한국일보 11월7일자 「소리」란에 자신이 운영하는 「즐거운 집」을 소개해 줘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속에 무의탁노인 고아 장애인등 86명을 수용하고 있는 이 집에서는 단돈 1,000원의 정성이 아쉽다는 자원봉사자의 투고를 실은 것이었다. 기사가 나간뒤 「즐거운 집」에는 전국에서 따뜻한 손길이 이어진 모양이었다. 권목사는 『이 일을 시작한지 8년동안 조용한 물결처럼 저의 마음을 (이번과 같이) 감동시킨 일은 없었습니다』고 적은뒤 아름다운 찬송 시구를 큰 화선지에 붓글씨로 써보냈다.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욕심도 없이 어두운 세상 비추어 온전히 남을 위해 살듯이/ 나의 일생에 꿈이 있다면 이땅에 빛과 소금되어…(후략)」. 언론인의 소명을 다해 이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는 기사를 많이 쓰라는 당부의 말씀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 목회자와 같이 세상을 사랑이 가득한 밭으로 가꾸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성탄절인 25일 새벽 들려온 장기려 박사의 부음은 1천만 이산가족뿐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비문에 「주를 섬기다 간 사람」이라고만 적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86세를 일기로 영면한 장박사. 한국의 슈바이처로 추앙받아 온 장박사야말로 낮엔 해처럼 밤엔 달처럼 온전히 남을 위해 성자의 길을 걷다 그렇게 가신 분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진실한 사랑을 온 몸으로 실천한 그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남자주인공 안 빈의 실존모델로도 유명했다. 「기려」라는 함자 때문인지 이전부터 그분을 생각하면 기러기가 연상되곤 했다. 평북 용천에 두고온 부인과 다섯남매를 잊지 못해 평생을 수절한 「대장기러기」는 이제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 고향 하늘로 너울너울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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