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환과 낭만싣고 달려온 58년의 기적소리 멎는다/한때 행상아낙·젊은 연인들 북적/도시화물결에 밀려 아쉬운 작별58년간 우리네 삶의 뒤안길을 달려온 수인선 협궤열차가 마지막 기적을 울린다. 0.7m의 좁은 선로를 뒤뚱거리며, 그러나 생선바구니에 고단한 삶을 짊어진 소래포구 아낙들의 작은 소망을 싣고 묵묵히 현대화와 도시화의 뒷길을 달려온 열차는 추억속에 잠긴다. 꼬마열차는 철도박물관 속의 한구석을 동화처럼 장식하겠지만 애환과 낭만을 싣고 달린 그자리에는 현대식 복선전철이 들어서 새날을 연다.
31일 하오7시30분 수인선 협궤열차 934호는 안산 한양대역을 출발, 수원역까지 마지막 운행을 한다. 20㎞남짓에 34분 걸리는 짧은 구간이다.
수인선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37년 군량미와 경기만 염전등의 소금을 수송하기 위해 일제가 개통한 이후 우리 현대사와 궤적을 함께 해왔다. 수원―남인천 52㎞구간에서 첫 기적을 울린 수인선은 그러나 도시계획에 밀려 점차 구간이 짧아졌다. 운행이 끊긴 지 오래인 인천쪽 선로부근에는 공장과 고층아파트 비닐하우스가 염전과 들판을 몰아냈다. 지난해 8월 소래―원곡이 폐쇄되기 전까지만 해도 수인선은 배뱅이젓이나 생선을 대야 가득히 이고 소래포구에서 수원으로 행상나가는 아낙들과 채소장수들로 흥청거렸다. 주말이면 포구를 찾는 연인들의 사랑도 기적에 실었다.
수인선 고별기적을 울리게 된 박수광(50)기관사는 『수인선 협궤열차는 사라져가는 것들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위안이었다』며 『그러나 99년 최첨단 수도권복선전철이 들어서면 주민들의 생활은 훨씬 편리해질 것』이라고 담담히 퇴역소감을 말했다.<수원=김경화 기자>수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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