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등 당초의 조건 완화/미·일과 공조로 북 딴속셈 견제정부의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된 원칙과 방침이 대폭 수정됐다.
정부는 그동안 대북 식량지원에는 남북관계의 상당한 진전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이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쪽으로 크게 선회한 것이다.
공로명 외무장관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대북 추가지원과 관련된 정부의 2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이 전제조건에는 정부가 북한에 15만톤의 쌀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정리된 ▲대남비방 중지 및 남북대화 재개 ▲북한당국의 선요청 ▲남북 당국간 직접협상등의 원칙이 빠져있다.
2대 전제조건중 하나는 북한의 수해와 식량난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우선 북한의 식량위기가 어느 정도인지가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에 의해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장관은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등이 이같은 실사를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두번째 조건은 북한이 지원된 식량을 지원목적에 맞지 않게 군량미등으로 유용하거나 비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즉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에 지원한 15만톤의 쌀중 상당부분이 북한 군대로 흘러들어 갔다는 매우 신빙성있는 정보가 제시되기도 했다.
정부내에는 아직도 대북 쌀지원에 회의적인 시각이 남아 있는게 사실이다. 정부가 제시한 조건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셈이다.
쌀지원과 관련된 새로운 조건이 제시되면서 실제적인 식량지원은 한·미·일 3국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해 졌다.
공장관은 『다음달 호놀룰루에서 개최되는 한·미·일 3국 차관보급 고위전략회의에서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최대 현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3국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대북 식량지원에 있어서도 기존의 3국간 공조체제가 유지돼야만 혹시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다른 의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대북정책에 있어 미·일의 독주를 견제할 필요성이 생길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남북간 직접접촉을 회피하고 있는 만큼 미·일을 포함시켜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춰준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봐야한다. 공장관은 『대북 식량지원시 국제적인 구호 컨소시엄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대북 식량지원의 원칙을 새로 마련한 것은 우선 동포를 도와야 한다는 인도주의적인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마당에 대북지원을 촉구하는 국제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고 봐야한다.
정부의 이같은 방향 수정은 경색된 남북관계및 북·미, 북·일관계를 고려할때 정책의 일관성이나 우선순위라는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북한에 대한 객관적 실상파악 결과 및 쌀 사용의 투명성 보장 여하에 따라 식량지원 전망이 불투명 해질수도 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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