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는 한국을 보라/모든 것이 무너진 한해… 그래도 우리는 묻힐수 없다/힘찬 재기 학교로 직장으로/“악몽은 저 멀리… 이젠 단 꿈”모든 것이 무너진 95년. 삼풍이 무너져 국민의 억장도 따라 무너졌고 권위와 비리로 점철된 역사도 무너졌다.
무너진 곳에는 그러나 새로운 생명과 바로 세움이 시작되고 있다. 붕괴의 잔해를 헤치며 일어선 삶과 시대는 그래서 더욱 밝고 힘차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의 기적 최명석(20)군과 유지환(18) 박승현(19)양. 세 사람은 지난날의 오욕을 딛고 막 일어서려는 우리의 모습이다.
6월29일 삼풍이 무너진후11, 13, 17일만에 절망과 공포에서 이들이 생환했을 때 온 국민은 끈질긴 생명력에 찬사를 보냈었다. 그것은 분노와 허무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반년. 우리는 모두 이들을 잊었다. 사법의 심판대에 선 두 전직대통령의 모습은 상처를 달래가는 모두의 가슴을 또한번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은 이미 극복하고 있었다.
군입대를 앞두고 사고를 당했던 최군은 학교에 복학신청서를 내고 피해자대책협의회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사고이후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착용했을 뿐 건강도 되찾았다. 가끔 불면증세로 괴로울 때면 제주도로 여행을 다니며 기분을 전환한다.
유양은 다시 일을 시작했다. 다니던 삼광유리(주)에서 하루 4시간씩이지만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그는 모교의 주선으로 호주유학의 꿈에 젖어 있다. 퇴원후 2주에 한 번씩 강남성모병원 신경정신과에서 박양과 함께 진료를 받지만 더이상 밤이 두렵지 않다.
3백77시간만에 구조돼 국내 최장 매몰 생존기록을 세운 박양은 그날의 악몽을 완전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곧 직장을 가질 계획이다. 또 결혼도 빨리 하고 싶다며 수줍어 했다.
이들은 당대의 유명인사에서 이제는 평범한 젊은이들로 돌아왔다. 거리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한다. 몰라보게 밝고 건강해졌기 때문이다.<염영남 기자>염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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