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역학구도 결정할 “선거의 해”/「팔」 주민자치 선거·이 조기총선 1월중 첫 테이프/클린턴·옐친·이등휘 등 재선도전일 총선 줄줄이96년은 선거의 해이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 일본 타이완(대만) 이탈리아 스페인등 세계 곳곳에서 대통령선거와 총선이 실시된다. 지구촌 전체로 놓고 볼 때 어느 곳에서건 선거는 매년 치러지지만 96년에 실시되는 선거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21세기를 대비, 탈냉전후의 새 질서를 모색해 온 주요 국가들이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는 지도자 선택의 기회를 동시에 맞기 때문이다.
새해들어 선거의 첫 테이프는 팔레스타인의 주민자치선거가 끊는다. 이스라엘과의 오랜 투쟁끝에 얻은 평화의 첫 열매인 이번 선거는 1월 20일 실시되며 89명의 평의회 의원들과 대통령격인 집행위원장을 선출한다. 집행위원장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이 당선될 것이 분명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현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조기총선을 실시한다. 전직총리들이 부패로 잇달아 사임한 가운데 임시로 내각을 이끌었던 람베르토 디니 이탈리아총리는 30일 사임 의사를 밝히고 조기총선을 1월중 실시할 것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펠리페 곤살레스 스페인총리도 28일 내년 3월 조기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현집권당인 사회당이 우파인 인민당에 비해 인기가 없어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 타이완의 선거는 동북아는 물론 국제질서의 역학구조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일본 연립여당의 최대정당인 자민당의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총재는 내년 중반께 조기총선을 실시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고 신진당의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신임당수도 일전 불사의 자세다.
3월에 실시되는 타이완 총통선거도 타이완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 나아가 미중 및 중국과 러시아 관계에까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의 계속된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현 리덩후이(이등휘)총통의 재집권이 유력시된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선거는 비록 초기보다는 많이 약화했지만 여전히 「동반자」관계를 유지해온 빌 클린턴과 보리스 옐친의 재선여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먼저 실시될 6월의 러시아대통령선거에서 옐친은 의회선거에서 승리한 공산당의 주가노프당수와 아프간전쟁 영웅 레베드, 극우민족주의자인 지리노프스키등과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11월의 미 53대 대통령선거 역시 클린턴이 프랭클린 루스벨트이후 두번째로 민주당출신 재선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하나 공화당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현재 공화당후보로는 보브 돌 상원원내총무가 유력하다. 클린턴은 결전에 앞서 연방예산안문제와 화이트워터사건등의 고비를 넘어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든 탈냉전이후 초반기의 협력무드대신 어느정도의 긴장관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장훈 기자>이장훈>
◎미중 관계/미 대선중 등사후 감안/민감한 현안대결 피할듯/
양국 희망 불구 인권공방등 「폭탄」 잠복
내년의 미중관계는 「핑퐁외교」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정체된 암중모색」의 시기가 될 것 같다. 미국으로서는 2월부터 11월까지 거의 1년내내 선거기간이 지속될 것이고 중국으로서도 마오쩌둥(모택동)이후 최대의 권력이동이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기간에 민감한 외교정책은 건드리지않는 것이 관례이며 중국은 코 앞에 박두한 덩샤오핑(등소평)이후를 대비해 장쩌민(강택민)체제를 다지는 것이 우선 과제다.
따라서 양국은 그동안의 현안들을 현재의 수준에서 봉합한 상태로 놓아두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리덩후이(이등휘)타이완(대만)총통의 방미가 야기한 상호간 불신, 무역분쟁, 웨이징성(위경생)을 둘러싼 인권공방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잠복해 있다.
연말이 되면 미국무부는 새해의 「외교구상」을 일상적인 브리핑 속에서 흘리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무부의 발언중에는 대중관계에 관한 언급을 찾아 볼 수 없다. 대중관계에서 긴장을 야기시키고 싶지 않은 미국의 이같은 「희망」이 바로 내년에도 미중관계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 있을 것임을 반증한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워싱턴=정병진>
◎나토확대/「앞마당 잠식」 러 위기의식 걸림돌/동구국가 잇단 공산당 득세도 악재
내년에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를 문제중 하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대여부이다. 냉전붕괴이후 중부유럽이 힘의 공백상태에 놓여 새로운 안보질서 구축이 절실한 가운데 다수의 동구국가들이 나토가입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구소련 주도의 군사안보동맹기구인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던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등 4개국은 내년에 러시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 나토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소련연방 일원이었던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등도 나토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 등 16개 나토회원국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나토의 확대밖에 없다고 보는 반면 러시아는 이 경우 자신의 앞마당이 잠식당하고 나토와 국경을 마주보게 된다는 안보 위기감에 싸여 있다.
러시아는 나토를 군사기구가 아닌 정치기구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나토의 영역확대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이 문제가 쉽게 결말이 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러시아와 폴란드등 동구국가에서 공산당 부활이라는 과거회귀 바람이 불고 있어 이 역시 나토의 영역확대에 난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조희제 기자>조희제>
◎지역분쟁/아프리카·이슬람벨트 곳곳 전운/러 체첸사태·중동 쿠르드족도 불씨남아
96년 새해에도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된 지구촌」의 꿈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 같다. 비록 세계의 양대 화약고인 발칸과 중동의 불길은 사그라들었지만 냉전와해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터져나온 민족·종교 분쟁양상은 오히려 확산될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가 우세하다.
이달 14일 파리평화협정으로 3년7개월간의 내전을 끝낸 보스니아는 새해부터 나토평화이행군(IFOR) 6만명의 보호속에 조심스레 평화를 가꿔갈 전망이다. 또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를 끝으로 2단계 팔레스타인자치협정 이행을 완료한 이스라엘이 새해에는 시리아와의 관계정상화에 합의, 91년 마드리드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중동평화 구축의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경과 인종갈등에서 비롯된 지역분쟁은 여전히 지구촌 곳곳을 피로 얼룩지게 할지 모른다. 기아와 대학살로 악명 높았던 르완다사태가 재연될 조짐이 높은 가운데 인종·종족분규는 브룬디등 아프리카대륙 여러 곳에서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이슬람세력의 부상이 두드러지면서 점증하고 있는 민족·종교분쟁 또한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슬람원리주의의 확산으로 사실상 내전상태에 있는 알제리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간 타지크 스리랑카 필리핀등 이른바 「이슬람 벨트」곳곳이 요동칠 전망이다. 94년말 러시아의 전격침공으로 개시된 체첸사태도 해를 넘겨 계속될 조짐이고 중동의 쿠르드족과 남미 원주민등 소수민족문제 역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지역분쟁의 불씨들이다.<윤석민 기자>윤석민>
◎경제전망/재정적자 감축 거센 바람/선진각국 노·정 충돌 격화/동구·남미 등 개도국 침체벗고 성장세
내년 선진국 경제에는 재정적자 감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미국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의 압력으로 4조달러에 달하는 연방적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유럽연합(EU) 각국 정부도 화폐통합 기준에 맞춰 적자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이내로 줄여야 한다.
재정적자 축소는 주로 복지예산 감축을 통해 이루어지게 돼 근로자및 자영업자들과 정부의 충돌이 한층 격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선진국을 제외하면 내년 지구촌 경제는 「쾌청」이다. 특히 헝가리 폴란드등 체제를 전환한 동구국가들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3%대로 성장세를 회복할 전망이고 아시아와 남미의 개도국들은 올해와 비슷한 6%대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리는 올해의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반전하고 기름값은 공급과잉으로 안정될 전망이다.
내년에 주요 선거를 치르는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등에서는 집권세력이 선심정책을 남발, 경제의 안정기조가 흔들릴 공산이 크고 대외 정책에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 통상마찰이 그 어느때보다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의 회복여부도 관심사로 올해 0.3% 성장에서 내년에는 2%대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들이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이백규 기자>이백규>
◎유럽통합/화폐통합 가속·회원국 확대 초점/가입희망국 편입여부 내부 논란 예상
「하나의 유럽」을 향한 유럽통합 작업은 내년에 화폐통합을 위한 골격을 마련하고 유럽연합(EU)에 새로운 식구를 받을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99년 1월1일 실시를 목표로 추진중인 화폐통합작업은 이달 중순 마드리드 정상회담에서 단일통화명칭을 유로(EURO)로 결정함에 따라 내년에는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U는 단일통화 실시를 위한 구체적 청사진을 내년중 마련할 계획이며 특히 회원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화폐통합의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캠페인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관련, EU는 1월중 각국의 기업인 금융인 언론인 정치인등을 대상으로 대대적 캠페인 행사를 브뤼셀에서 갖는다.
회원국 확대는 EU가입을 희망하지만 경제수준에서는 기존 회원국들에 크게 떨어지는 발틱연안국가들과 중·동부 유럽국가들을 어느 범위까지 회원국에 편입시키느냐 하는 것이 현안이다. 이미 에스토니아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라트비아등 6개국이 가입신청을 한 상태이지만 EU 내부의견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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