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통일 두려움속 체제유지 정책 지속/“동북아 새판짜기” 미·일과 수교 계속추진북한은 지도부 변화나 식량난등으로 민중봉기가 촉발돼 폭발적으로 붕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김정일 이외의 대안부재 ▲폭력적 억압기구 건재 ▲시민사회 미발달등으로 상대적으로 그 개연성은 높지 않다. 다만 북한 경제사정이 한계상황에 다다라 수해 때문에 가중된 96년도 춘궁기 식량난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채 흡수통일에의 두려움과 체제유지를 위한 적대적 정책을 지속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식량난, 장기적으로는 경제회생을 위해 대남접근을 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식량난과 우리의 4월총선이 시기적으로 겹쳐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95년 쌀공급을 둘러싸고 벌어진 남북간 논란이 더욱 증폭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갈등과 불신이 심화할 수도 있다. 경제난 식량난이 예상 이상으로 악화할 경우, 북한은 군사적 도발보다는 최후의 선택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경협에 의존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 이 경우 통일전선 전술에 따라 남한의 정치적 상황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새로운 평화체제 수립」 주장에 따라 북·미평화협정 체결공세를 지속할 것이며,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해 미·일과의 수교도 추진할 것이다. 경수로 공급협정 타결로 북·미연락사무소 개설문제가 이슈로 등장할 것이며, 여기서 북한은 가급적 많은 정치·경제적 양보를 얻어내려 노력하는 반면, 남한은 어떻게든 남북관계를 연계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이는 한·미관계의 긴장과 함께 한반도에 준위기적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96년도 남북관계는 95년의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그 현실적 전개는 극적이면서도 변화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수재로 악화된 식량사정으로 인한 북한의 절망적 도발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으나 그 개연성은 높다고 평가되지 않는다. 이는 북한이 결정적 파멸을 각오할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다만 대내적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대미전략적 공세의 하나로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면서 소규모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
따라서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대남정책·전략에 있어서 긍정적 현실적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서두르지 말고 오히려 「선의의 무관심」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쌀지원은 당국대 당국간 통로로 문을 열되 협상과정은 적십자사등 인도적 기구를 통해 진척돼야 한다. 북한의 개혁 개방정책 진도에 따라 경협수준을 높여가고 남북대화는 북한측 제안이 있을 경우 임하되 ▲상호주의 ▲당국회담 ▲한반도내 회담개최 등의 원칙을 관철시켜야 한다. 특히 남한의 총선을 염두에 둔 북한의 양보요구에 대해서는 불가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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