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고교들이 수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 서울대 진학을 강요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런 현상이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자기학교의 서울대 진학률을 높이겠다는 욕심으로 학생들의 수능점수를 서울대 각 학과의 예상 커트라인에 우격다짐으로 맞춰 넣는 진학 지도는 학생들의 적성·진로·희망등을 아예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최근 연세대 김준석 입학관리처장은 『일부 고교가 특차모집에서 서울대 아닌 대학에 지원하려는 고득점 학생들의 원서를 써주지 않아 고교장 직인이 없는 원서를 가접수했다』고 공개했는데, 여러대학에서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이대 백명희 입학처장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대학은 파격적인 장학제도를 마련하고 우수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으나, 각 고교의 맹목적인 서울대 진학 강요로 지장을 받고 있다. 지방에 내려가 보니 지역감정까지 가세한 「내고장 인재 서울대 보내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각지방 교육청과 고교, 학부모들이 모두 내고장 중흥은 서울대 진학자 숫자에 달렸다는 집단최면에 걸린 것 같다. 고득점자가 어느 대학에 진학하느냐는 것은 학생 자신이 아니라 지역이 결정할 문제라는 분위기다』
이대의 경우 내신성적 1등급, 수능성적 상위 0.1%이내(인문계열 170.3점, 자연계열 173.6점이상)인 학생을 상대로 석·박사학위까지의 학비면제와 별도의 장학금 제공, 우수학생 기숙사, 특별교수 지도제, 외국의 명문대학원 유학비용 지원, 교수 채용에서 우선적 고려등을 제시하고 있다. 비용으로 따지면 한 학생당 최고 5억원 정도를 지원하게 되는 조건인데도 서울대 집착을 깨기 어렵다고 한다.
서울대 진학이 과연 그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그것도 커트라인에 맞춰 적성에도 안맞는 학과에 진학하는것이 장래에 이득이 될까. 어떻게든 서울대 진학자를 늘려야 그 지역이 발전한다는 신화, 지역감정까지 가세한 서울대 밀어넣기 운동, 『서울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재수비용을 학교에서 대주겠다』는 진학지도, 서울대 졸업은 성공의 보증수표라는 확신등은 잘못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리사회는 뿌리깊은 학벌위주의 사회였으나, 앞으로는 점점 더 실력과 특기위주의 경쟁으로 갈 것이다. 점수와 적성이 일치하여 서울대로 가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커트라인에 맞춰 전공을 정해주려는 진학지도는 너무나 비교육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맹목적인 서울대 사랑의 허실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고등학교들의 진학지도가 크게 방향전환을 해야 할 때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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