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어두운 단면/「중국판 지존파 사건」 충격/이발소 위장 「살인공장」 서 17명 살해/“돈만 벌면된다” 배금주의 풍조에 경종중국 경제특구 선천(심)시에서는 최근 1년 넘게 시 전체를 공포와 불안에 떨게 했던 살인범 13명이 공개 처형됐다.
공산정권 수립이래 가장 대규모 연쇄 살인사건으로 기록된 이들의 범죄 행각은 성장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수단을 가리지 말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그 동기여서 「중국판 지존파 사건」이라 부를 만하다.
광둥(광동)성 고급인민법원의 판결문은 주범 장샤오젠(장소건·23) 등 이들 일당이 선천시와 인근 바오안(보안) 둥완(동원) 등지를 무대로 『닭잡듯이 살인을 저질렀다』 고 밝혔다. 드러난 희생자수만 17명이나 된다.
주범인 장은 18세 나던 해 친구들과 함께 고향을 떠나 선천시로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올라왔다. 장은 처음 이곳에서 운전 기술도 익히고 직장을 얻어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선천의 물가는 날이 갈수록 뛰어 얄팍한 월급봉투로는 늘 부족감을 느껴야 했다. 애인까지 생기자 돈은 더욱 필요해졌다.
고향친구 3명과 모여 신세 한탄을 하던 장은 차량 절도를 제의했고 이들은 그자리서 의기투합, 당일로 일을 벌였다. 4만위안(약 400만원)을 챙기고 살해한 운전사의 시체는 저수지에 버렸다. 점차 대담해진 장은 아예 이발소로 위장한 「살인공장」을 차리기에 이르렀고 여기에 여동생과 제수까지 끌어 들였다.
여인들이 선천공항에서 좋은 차를 탄 남자들을 이 「살인공장」으로 유인하면 남자들이 나타나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처리했다.
이들이 저지른 범행으로 선천 일대는 1년여 동안 완전히 공포의 도가니였다. 보름이 멀다 하고 배수구 풀밭 늪 등에서 발견되는 시체에 전 시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고 장쩌민(강택민) 국가 주석도 두차례에 걸쳐 조속한 범인 검거를 지시할 정도였다.
범인들이 공항을 무대로 사건을 벌이고 있음을 뒤늦게 파악한 수사당국은 잠복 끝에 이들을 일망타진했다. 범인들은 「1인당 100만위안(약 1억원)이 모아지면 손을 떼자」는 목표까지 정해 놓았었는데 장은 『부자가 되는 길은 이 길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의 짧은 인생과 마지막 말은 현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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