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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승강기(사설)

입력
1995.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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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고층화시대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큰 건물에서 근무하거나 고층아파트등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걸맞게 당연히 갖춰야할 유일한 통로인 승강기에 대한 안전의식은 희박하기만 하다. 건물주인이나 관리인이 우선 그렇고 입주민들조차 「별일없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지내고 있을 뿐이다. 최근 실시된 검찰의 서울지역 대형건물승강기 안전점검결과가 이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서울지검이 실시한 점검·단속결과 무려 27개 대형건물이 면허도 없이 승강기를 설치했거나 불합격판정을 받고도 승강기를 계속 운행해 왔고 일부는 아예 정기점검조차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 이들 가운데는 유명예식장, 호텔, 아파트, 병원등도 다수가 포함되어 있어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다.

검찰은 더구나 이번 단속이전에 한달간의 계도기간까지 두어 스스로 미비점을 보완토록 했는데도 버젓이 이를 어기고 있었던데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모두 10만여대의 승강기가 설치, 운행되고 있다. 지난 68년 일본과의 기술제휴로 국내제조가 시작된뒤 아파트건설붐을 타고 보급이 급증해 지금도 1년에 1만대 이상이 새로 설치되는등 세계최대의 승강기수요국이 되어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안전사고도 늘어 지난 93년엔 24건에 24명의 사상자를 냈고 94년에는 34건에 34명, 금년에는 10월말현재 23건이 발생해 23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승강기안전사고 원인중에는 80% 가까이가 기계 자체의 고장이었던 것으로 분석되어 설치업체나 보수관리업체의 부주의, 불성실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검찰의 이번 단속이 있자 관련업체 스스로도 제작과 관리의 허점을 시인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 없이는 앞으로도 승강기안전사고는 더욱 늘어날게 뻔하다.

실제로 전체승강기의 70% 정도만이 설치회사의 직영보수체제로 되어 있을 뿐, 그밖은 영세업체에 하청을 주고 있다. 이들 영세업체는 간혹 필요한 부품을 옆 승강기에서 임시로 빼내거나 다른 건물에서 훔치기도 하며, 시중에서 조악품 또는 폐기품을 헐값에 구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이 때문에 외국에서 폐품을 수입해 와 재생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의 이번 대대적 승강기 단속과 점검 자체도 처음이었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앞으로도 이런 단속은 더욱 철저히 반복되어야 할 일이다. 아울러 입주시민들 역시 승강기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여 무리한 운행을 자제하고 철저한 관리여부를 감시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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