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의 바람이 정계·관계·재계등 나라 전반에 걸쳐 세차게 불고 있다. 변화와 개혁이 실감되는 것은 어느 분야보다도 세대교체에서인 것같다. 세대교체의 목소리가 제일 큰 것은 정치권이지만 실제로 가장 활발하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재계다.올해 재계는 창업주 및 그 세대의 고령화, 경영혁신의 경쟁,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재벌그룹 총수들의 무더기 기소, 정경유착 단절에 대한 국민적 요구의 증대, 김영삼 대통령의 정치 정화운동 등 나라와 기업 안팎의 여건에 따라 생존을 위해서도 변화와 적응이 필요했다. 재계는 세대교체에서 기회와 탈출구를 찾는 것이다.
재벌그룹들은 경영주들의 세대교체 뿐만 아니라 소위 전문경영인들인 임원들의 물갈이도 대담하게 실현했다. 우리나라 정상의 재벌그룹인 현대그룹이 28일 그룹창설이래 처음으로 진정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실질적인 장남인 정몽구 현대정공회장이 창업세대인 정세영 자동차회장겸 그룹회장의 후임으로 그룹회장으로, 정몽헌 현대전자회장이 그룹부회장으로 각각 부상, 현대그룹의 새로운 사령탑이 됐다. 또한 현대자동차도 정몽규 부사장이 부친인 정세영회장의 뒤를 이어 회장으로 승진했다. 한편 이춘림 현대종합상사회장 등 원로전문경영인 4명이 그룹고문에 임명, 2선으로 후퇴했다.
삼성그룹과 대우그룹은 사장단과 임원인사에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삼성은 회장급 원로경영인들을 상담역으로 경영일선에서 후퇴시키는 대신 사상최대임원승진(총4백68명)을 단행했다. 40대의 사장을 발탁하는가하면 30대의 임원도 11명이나 대거 임명, 인사의 연공서열제를 파괴했다.
한편 LG그룹은 지난 2월초에 구본무 현회장이 구자경 전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 3대 승계를 완료했다. 구전회장의 세대가 이때 모두 일선에서 물러나 그룹경영에 전기를 마련해 줬다. LG그룹은 신임회장 아래 처음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창사이래 최대규모의 승진인사(3백36명)를 단행하고 30대 이사를 10여명이나 발탁, 역시 연공서열을 뛰어넘었다. 코오롱그룹도 오는 2월 이동찬 회장에서 이웅렬 부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될 예정이다.
재계의 현행 세대교체는 대체로 불가피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그 속도와 폭이 너무 빠르고 예상외로 크지 않나 하는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의식적으로 세대교체를 위한 세대교체를 하는 것도 없지 않은 듯하다. 우리는 아직 고령인구에 대한 대책이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충분히 서 있지 않다. 재벌그룹들이 고령실업자를 양산해서는 안되겠다. 활력도 중요하지만 경륜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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