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린가스 테러사건◁3월20일 도쿄(동경) 중심부의 지하철에서 사린가스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종말론과 밀교에 심취한 아사하라 쇼코(마원창황) 교주가 이끄는 옴진리교가 계획적으로 저지른 이 사건은 일본의 「안전신화」를 붕괴시켰다는 점에서 일본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일본경찰은 옴진리교의 정체와 범죄사실들을 속속 밝혀내고 아사하라교주등 이 사건의 핵심인물들을 구속했다. 물질적 풍요가 정신적 빈곤을 낳는 현대물질문명사회의 병폐가 이 테러소동으로 잘 나타났다.
▷폴란드 바웬사의 몰락◁
동유럽 민주화의 상징 레흐 바웬사대통령이 대선(11월20일)에서 패배, 그 화려한 신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연대노조를 이끌며 폴란드 민주화의 「대업」을 이룬 그는 90년 공산당후보를 물리치고 권력의 정상에까지 올랐으나 5년만에 개혁한 공산당에 뒤집기를 당했다. 그의 퇴장은 무능과 독선적 통치스타일에 대한 민심이반때문이지만 동시에 동유럽을 휩쓸고 있는 좌파의 「역도미노」여파이기도 하다. 바웬사는 재기를 다짐하지만 그의 시대는 갔다는 게 중론이다.
▷O J 심슨 무죄평결◁
흑인 미식축구 영웅 O J 심슨은 세기의 재판에서 무죄 터치다운에 성공했다. 배심원단은 10월3일 백인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정부 로널드 골드만을 살해했다는 심슨의 1급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언했다. 심슨은 구금 474일만에 자유의 몸이 됐지만 그의 무죄평결에 대해 미국인의 56%가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흑백갈등과 금전만능주의등 미국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심슨사건은 미국판 「유전무죄」의 전형으로 역사속에 기억될 것이다.
▷일 간사이 대지진◁
1월17일 새벽 5시46분 일본 간사이(관서)지방을 덮친 리히터규모 7.2의 강진으로 고베(신호)와 오사카(대판) 교토(경도)를 잇는 서부지역이 순식간에 연옥으로 변했다. 불과 30여초만에 5,500여명의 사망자와 3만5,000명의 부상자를 내고 16만여호의 가옥을 파괴한 이 지진은 1923년 간토(관동)대지진이후 최대규모로 일본인의 지진공포를 되살렸다. 피해자중에는 고베시 나가타(장전)구에 모여살던 재일동포 140여명이 포함돼 안타까움을 더해 주었다.
▷보스니아 내전종식◁
발칸반도를 피로 물들였던 보스니아내전이 역사적인 파리평화협정 조인(12월14일)으로 발발 43개월만에 막을 내리고 불안한 평화가 시작됐다. 회교계와 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 3개 민족이 뒤엉켜 「인종청소」와 같은 최악의 참상을 연출했던 보스니아 사태는 결국 20만명의 사망 및 실종자와 300만명의 난민을 양산한 채 서방의 중재로 어정쩡하게 봉합됐다. 그러나 수세기에 걸친 구원의 역사를 가진 3개 내전세력이 영구히 공존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미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4월19일 미국은 「자국인에 의한 사상 최악의 테러」에 전율해야 했다. 티모시 맥베이(27)라는 극우파 청년이 미남서부 오클라호마시 연방청사 건물에 500㎏에 달하는 폭탄을 터뜨린 것이다. 지상 9층짜리 연방청사 건물이 찢겨져 나가듯이 허물어 지고 169명이 희생됐다. 범인은 93년 광신적 사교집단 다윗파에 대한 미정부의 강경진압에 불만을 품고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구체적인 범행전모와 공범여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라빈 이스라엘총리 암살◁
11월4일 밤 과격파 유대청년 이갈 아미르가 쏜 3발의 총탄은 중동 평화협상의 주역인 이츠하크 라빈(72) 이스라엘 총리를 평화의 순교자로 만들었다. 급작스런 그의 죽음은 2단계 팔레스타인 자치협정(9월)이후 더욱 무르익던 중동평화에 암운을 던지는 듯했으나 도리어 과격파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며 평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후임 시몬 페레스총리는 당초 일정대로 베들레헴 나블러스등을 팔레스타인에 이양하고 시리아와의 관계정상화를 서두르고 있다.
▷프랑스 핵실험 강행◁
국제사회의 들끓는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프랑스는 9월5일이후 남태평양 환초에서 4차례나 수중핵실험을 강행했다. 평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이 핵실험은 전 세계에서 항의시위와 프랑스 상품불매운동을 불렀다. 올해 노벨평화상이 반핵단체에 돌아간 것은 이같은 국제여론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강력한 프랑스」를 기치로 내걸고 6월 대선에서 승리한 자크 시라크대통령은 내년에 2차례 실험을 더 하기로해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를 휩쓴 인터넷 열풍◁
올해 세계를 휩쓴 인터넷열풍은 정보화 혁명시대가 개화했음을 실감케 했다. 지난해 말 2,001만명 정도에 그쳤던 인터넷 이용자들이 올해는 3,000만명 이상으로 급증했고 월스트리트에서도 인터넷 관련주는 모두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월드와이드웹을 누구나 쉽게 이용토록 도와주는 검색 프로그램의 개발에 힘입은 것이다. 전세계를 하나로 묶는 최첨단 미디어로서 인터넷은 정보고속도로시대 생활혁명의 실험장이다.
▷이등휘 방미와 미·중갈등◁
리덩후이(이등휘) 타이완(대만)총통의 미국방문(6월7일)은 탈냉전이후 달라지고 있는 미·중관계를 선명히 드러내는 한편 양안관계에도 폭풍을 몰고왔다. 중국은 실전을 방불케하는 대규모의 군사훈련을 통해 타이완을 위협했으며 이는 국민당의 총선패배의 한 요인이 됐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도 주미대사소환으로 항의했고 미국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방해와 인권시비로 맞섰다. 구소련을 봉쇄하던 과거의 다정한 관계가 이제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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