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원리주의 확산일로/민족주의 분출과 함께 국제질서 재편 가능성회교원리주의의 뜨거운 바람이 세계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24일 실시된 터키총선에서 회교원리주의 정당이 제1당으로 정치전면에 부상하면서 회교원리주의 열풍은 이제 회교권에서도 가장 선진화했다는 터키에서까지 그 막강한 위력을 과시했다. 회교원리를 현실세계에 실현하는 회교국가수립을 지상목표로 하는 원리주의자들은 이제 아시아 동쪽끝 필리핀의 민다나오섬부터 아프리카대륙 서쪽끝까지 펼쳐지는 장대한 「이슬람 벨트」의 형성과 회교의 르네상스를 외치고 있다.
올 한해 회교원리주의의 부상은 괄목할 만했다. 보스니아 체첸 알제리등 냉전이후 터져나온 대표적 민족분규지역마다 한결같이 회교권의 독립과 자존이라는 회교원리주의 슬로건이 분출됐다. 회교권의 자각은 지난 19, 20세기에 걸쳐 이슬람벨트를 장악했던 유럽 기독교문화권에 대항하는 반서방, 반외세운동과 「동전의 양면」같은 존재이다.
최근 회교권의 단결이 실증된 대표적 사례는 보스니아사태이다. 보스니아내 회교도들이 세르비아계에 대항해 43개월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전세계 50여개 회교국으로 구성된 회교회의기구(OIC)의 아낌없는 물적 지원 때문이다. 서방의 제지로 무산됐지만 말레이시아 등 온건 회교국조차 보스니아에 대한 파병을 적극 지지할 정도로 회교공동체(움마)창설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거를 통한 회교세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군부 쿠데타로 집권에는 실패했지만 91년 알제리 총선 1차투표에서 회교구국전선(FIS)이 승리한 사실이나 최근 터키총선에서 복지당의 제1당 부상은 선거라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서 부쩍부쩍 커가는 회교세의 저력을 일깨워 준 증좌다.
서방측은 회교권의 재등장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세계 15억 회교인구와 중동 유전등 엄청난 자원을 무기로 한 회교권 자각과 단합된 잠재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중 일부 과격세력은 현재의 모든 불평등구조가 서방의 물질주의에서 비롯된 정신적 타락에 기인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미국등 서방세력은 타도해야 할 「악의 세력」이다. 미국의 새뮤얼 헌팅턴이 「문명 충돌론」을 제기하는등 서방에서 회교 경계론이 대두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회교원리주의에 대한 서방의 우려가 도에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미학계 일각에선 『미국의 과거 대회교권 정책이 장기적인 전략없이 상황에 따른 이해관계에만 집착했기에 결과적으로 과격 회교도들을 키워온 셈』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냉전 붕괴이후 민족주의의 분출과 함께 기나긴 동면에서 깨어난 회교권의 거대한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국제질서에 투영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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