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선거원칙」 최초 법률해석/적정인구편차 2∼4대1 제시헌법재판소가 27일 현행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획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림으로써 선거구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헌법재판소법은 「위헌결정은 법원 지방자치단체 기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하며,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과 조항은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는 이날로 원인무효가 된 지역선거구에 관한 규정을 96년4월11일로 예정된 15대 총선이전에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도 평등선거의 원칙에 대한 최초의 법률해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평등선거의 원칙은 수적 평등인 1인 1표의 의미뿐만 아니라 투표의 성과가치도 평등해야 함을 말한다』고 전제, 『현행법상 최대선거구인 해운대·기장과 최소선거구인 전남 장흥의 인구편차가 5·87대 1에 이르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선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한 선거구에서의 투표권의 가치가 다른 선거구의 투표권 가치보다 높은 것은 헌법의 평등이념에 반한다는 것이다.
특히 헌재가 충북 영동·보은 선거구를 「게리맨더링」이라고 규정한뒤 위헌결정을 내린 것은 정치권의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정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헌재는 이와 관련, 『선거구는 사회적 지리적 경제적 연관성을 고려해 인접지역을 동일 선거구로 묶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옥천을 사이에 두고 접경지역없이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조정한 것은 국회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 헌재와 기능이 유사한 미국연방대법원의 판례에 기초하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은 63년 조지아주의 선거구획정에 대해 『인구편차가 99대 1에 달하는 것은 1인1표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무효 판결을 내렸다. 당시 미 연방대법원은 『의회는 주민수에 따라 개개 시민을 대표하는가, 아니면 주민수에 상관없이 각 선거구와 주민의 이익을 대표하는가』를 놓고 고심 끝에 투표가치 평등의 기준으로 「1인 1표주의」를 확인한 뒤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선거구는 어느 정도의 인구편차를 허용하는 것이 헌법에 부합할까. 재판관들은 『현실적으로 모든 지역구의 유권자 수를 동일하게 조정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공유하면서도 구체적 기준에 이르러서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갈렸다.
김용준 헌재소장 등 5명의 재판관은 『궁극적으로 인구편차 2대 1선이 적합하지만 전국적으로 4대1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나머지 4명의 재판관들은 『도농간의 편차를 인정, 도시와 농촌별로 편차를 3대1로 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물론 이같은 의견은 기속력이 없다. 하지만 다수의견은 『중앙선관위 의견인 평균 인구수의 상하 60%편차나 국회 선거구획정위에서 제시한 4대1이 비교적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헌재가 위헌선언만을 하고 법의 효력을 인정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지 않고 법률공백을 가져오는 「위헌」 결정을 한 것은 내년4월 총선등 쫓기는 정치일정을 고려해 조속한 법개정을 촉구하기 위한것으로 풀이된다.<정희경 기자>정희경>
◎헌재 위헌결정문 <요지>요지>
공직선거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5조 제2항의 「별표1」「국회의원지역선거구구역표」는 헌법에 위반된다.
헌법에 보장된 평등선거의 원칙은 선거제도에 있어 투표의 수적 평등인 1인1표의 의미뿐 아니라 투표의 성과치도 평등해야 함을 말한다.
투표가치의 평등은 숫자적으로 완전히 동일할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 나라 선거제도의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나라마다 그 나라 실정에 맞춰 구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즉 행정구역 지세 생활권등 여러 정책기술적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 유일한 절대 기준은 없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에 있어 인구비례원칙은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대의제 민주제에 있어 국가의사를 형성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회의 재량권에는 헌법적 요청에 따른 한계가 있다. 국회의 재량권행사에는 합리성이 있어야 하며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현행 구역표에는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있어 합리성이 있다고 도저히 볼 수 없다. 특히 선거구는 사회적 지리적 경제적 연관성을 고려해 인접지역을 동일 선거구로 묶어야 한다.
그러나 충북 보은·영동 선거구의 경우 보은과 영동사이에 위치한 옥천을 빼고 선거구를 조정했다.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옥천을 사이에 두고 접경지역없이 선거구를 자의적으로 조정한 것은 국회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
일부 선거구가 위헌일 경우 선거구 전체를 위헌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선거구 획정표는 불가분이라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에 있어 인구편차가 2배이상이 되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그러나 이는 일정 수치로 설정하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준거기준은 외국 입법례및 판례와 우리나라의 특수사정을 고려할 때 중앙선관위에서 제출한 평균인구수의 상하 60% 편차나 국회 선거구 획정위가 제시한 4대1이 비교적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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