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882.94P로 폐장… 연초대비 130P이상 떨어져/장외변수에 흔들린 “시련의 한해” 반짝 1,000P도시련의 한해였다. 올해처럼 증시가 모진 격랑에 휘말린 적이 없었다. 올해 주식시장은 27일 종합주가지수 882.94로 폐장했다. 연초인 1월3일의 1013.57보다 무려 130포인트 이상(12.9% 하락) 떨어졌다. 92년 8.68%, 93년 24.2%, 94년 17%로 증시개방이후 3년간 상승대로를 달려온 주식시장이 올해는 진로를 180도로 바꿔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증시관계자들은 올 증시가 침체한 1차적 원인을 국내외에서 터져나온 장외변수에서 찾고 있다. 연초에는 멕시코 금융위기와 영국 베어링은행파산등 세계금융시장 교란이 국내 증시의 대세상승을 가로막았다. 연말에는 노태우씨 비자금파문등 메가톤급 정치변수가 증시를 초토화시켰다. 비자금파문전 증시는 주가1000포인트시대를 구가하면서 선진국증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사상최고의 호황이 손에 잡힐 것처럼 느껴졌던 주식시장은 비자금파문이 장기화하면서 깊어진 합병증으로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 증시의 근본적 문제는 장외변수에서 비롯된 충격을 걸러내지 못하고 최악의 주가폭락사태로 이어지게 한 증시 「내부」에 있다고 보고 있다. 비뚤어진 기관화현상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개미군단」이 급격히 증시를 이탈했다는 점이다. 올 한해 일반투자자들은 모두 2조1,819억원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1조7,792억원에 이르는 일반자금이 증시를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기관화장세에서 비롯된 박탈감에다 작전관련 증권사직원 피살사건등을 통해 환멸감까지 겹치면서 일반투자자들은 더 급속히 이탈했다. 기관화는 증시선진화를 위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관화추세는 일반투자자를 철저히 따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더 크다. 기관들은 고가블루칩만 집중적으로 사들여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장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올라도 일반투자자들의 체감지수는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깊어져 왔다. 또 증시기반 역할을 해야할 대중주들의 입지는 크게 좁혀진 반면 일부 고가블루칩에만 장세영향력이 몰리는 편중현상도 발생했다. 주식시장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역삼각형의 불안한 구조위에 서 있는 것이다.
외국인동향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짚어 봐야할 대목이다. 올해 외국인들은 외국인주식투자한도 2차 확대등에 힘입어 거래비중(4.9%)이 지난해보다 2배이상 늘어나면서 장세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외국인들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이들의 사소한 투자동향은 물론 외국산보고서 한장에도 주가가 춤을 추는등 증시의 안정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추가개방을 앞두고 우리 증시의 자립체제를 다시한번 점검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증시관계자들은 올해 증시가 침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3년 가까이 이어진 상승국면에서는 보지 못했던 환부들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증시선진화등 질적인 성장을 위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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