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교섭 재개·안전보장 위해서도 필요”/한·일관계 악영향 우려 구체 지원엔 신중일본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3차 쌀지원 요청을 해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되 구체적인 지원에는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대북 추가 쌀지원이 북일국교정상화교섭 재개의 윤활유가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이와 관련, 『국교교섭의 재개는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나 마땅한 계기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지난 여름의 대홍수로 북한주민의 기근상태가 잘 알려져 있어 추가지원에 대한 일본내 여론도 호의적이다. 특히 최근 널리 퍼진 「한반도 위기설」의 핵심이 식량문제라는 인식이 보편화해 있다.
일본의 신방위대강이 「한반도에서의 유사사태」를 대표적인 위협요인으로 지적했듯이 한반도의 긴장은 일본의 평화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추가 쌀지원은 인도적 기여일 뿐 아니라 직접적 안전보장책이 된다는 게 일본정부의 입장이다.
지난 25일 노사카 고켄(야판호현)관방장관의 기자회견은 이같은 일본의 입장을 뚜렷이 드러냈다. 『북한의 식량난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노사카장관의 발언은 「일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태전개」에 대한 우려를 명분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원에서 일본은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북일관계의 진전이 자칫 냉각된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고려때문이다. 2차 남북 쌀교섭이 결렬된 시점에 일본의 2차 대북 쌀지원이 결정된 후 공교롭게도 한일양국은 역사문제를 둘러싼 냉기류에 말려들었고 이 상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대북 지원은 한국이 양해하는 범위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빨라도 추가 쌀지원을 위한 북일교섭은 내년 1월 하와이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의 고위전략회의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다만 우성호 선원 송환등 북한의 태도변화가 한국의 입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가 일외무성 내에서도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쌀사용처의 투명성」은 3차 지원을 결정하는데 있어 큰 문제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지원한 쌀이 주민들에게 배포되지 않고 군용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노사카장관은 27일 『그런 의심은 남아 있으나 북한과 계약한 이상 출하정지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쌀사용처의 투명성」을 일본정부가 굳이 검증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지난 6월과 10월 북한과 각각 30만톤과 20만톤의 쌀지원에 합의했고 이중 1차분 30만톤은 이미 북한으로 전량 수송됐다. 그러나 2차분은 5만톤의 수송이 끝난 이래 한동안 북한의 수송능력 부족등 내부사정으로 선적이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됐지만 연내 전량수송은 불가능한 상태다. 일본의 추가지원능력에도 그리 여유가 없다. 1차교섭당시 일본의 재고미는 90여만톤에 달했으나 이중 50여만톤이 그동안 사료용으로 처분됐다. 95년의 의무수입량 42만톤을 합해도 이미 북한에 제공키로 한 50만톤을 빼면 고작 30여만톤이 남을 뿐이다. 96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어서 3차 쌀지원이 행해지더라도 그 양은 10만∼20만톤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