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민의 참마음 읽기(한국 논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민의 참마음 읽기(한국 논단)

입력
1995.12.28 00:00
0 0

문민지도자의 「역사 바로세우기」를 위한 노력은 우리 사회에 긴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국민들은 그 노력의 일환인 전두환전대통령에 대한 조치를 서로 모순된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국민들은 한편으로는 전두환전대통령에 대한 조치가 새 역사 창조를 향한 문민지도자의 용의주도한 준비단계일 것이라는 희망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국민들은 그 조치가 단순히 과거청산에만 의의를 두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그 조치는 정치보복의 성격을 필연적으로 띠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문민지도자의 진의가 결코 정치보복에 있지 않다고 확신한다. 국민들은 그 조치의 의의는 새로운 군사쿠데타의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봉쇄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그 조치의 본질적 의의는 문민지도자의 역사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그 조치들에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문민지도자를 적극 지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문민지도자의 역사적 사명은 권력형 부정축재의 근원이고 국민분열의 원천이며 병든 사회의 원인이기도 한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를 타파하여 사회경제적 조화를 실현하는 데 있다. 문민지도자는 개혁과정에서 사회의 모든 힘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사회경제적 강자들의 반발에 의해 조성될 수도 있는 사회적 혼란을 빌미로 한 군사쿠데타의 재발가능성을 단호히 봉쇄하면서 그의 역사적 사명을 구현해 나가야 한다. 바로 그 때 문민지도자는 역사가 귀족지배적인 봉건체제로 퇴행하는 것을 막고 만인자유를 향해 진보해 나가도록 역사를 바르게 세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으로 추앙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다른 한편으로는 전두환전대통령에 대한 조치가 노태우전대통령의 권력형 부정축재사건을 계기로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던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 타파를 통한 사회경제적 조화의 실현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차단하고 국민적 관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많은 국민들의 전두환전대통령에 대한 감정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전두환전대통령 등장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과 민주인사들의 그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고 정당하다. 정치보다는 하루하루의 절박한 삶을 더 절실하게 느끼면서 심중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많은 국민들의 전두환전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비판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의 그에 대한 복잡미묘한 감정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군사쿠데타의 성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고려의 무신정권은 그 혼란상에도 불구하고 뿌리깊은 신분적 귀족체제를 실질적으로 붕괴시켰다. 이성계의 조선조 건국에 있어서는 무신정권 몰락이후 다시 심화한 고려의 귀족사회적인 체제적 모순을 시정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임오군란은 일본의 명치유신과 같이 귀족체제를 해체시키고 평민 주도의 사회를 열어가면서 새로운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는 조선조말의 결정적 기회였다. 5·16과 5·17은 외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 남미국가들의 귀족적 특권계급을 위한 보수적 군사쿠데타와 외국의 영향이 별로 없는 중동국가들의 서민대중들을 위한 진보적 군사쿠데타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해방이후 최초의 물가안정을 이룩한 전두환전대통령의 시대가 정치보다는 삶이 중요한 서민대중들이 생활해나가기에 가장 좋은 때였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적극 옹호하는 것을 삼가는 것은 그의 등장이 건강한 사회의 실현에 방해가 되는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를 지켜주는데 기여한 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개혁을 통한 「역사 바로세우기」는 도덕적 힘으로만은 실현될 수 없다. 도덕적 힘 그 자체는 취약한 것이다. 도덕적 힘이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힘에 대한 확실한 장악이 필요하다. 문민지도자는 전두환전대통령에 대한 조치가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 타파를 통한 새 역사 창조의 준비단계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그 경우에만 역사를 바로세우려는 문민지도자의 노력은 국민들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호응을 얻게 될 것이다. 문민지도자는 그 때 민심 뿐만 아니라 군심도 얻게 될 것이다. 민심과 마찬가지로 군심도 자신들의 생명을 걸고 지킬만한 건강사회를 건설하려는 문민지도자의 노력을 보고 지금보다 더욱 사기를 높여가게 될 것이다. 민심과 군심은 표면적으로는 서로 분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부작용만 없으면 양자는 본질적으로 하나이다. 군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군대이기 때문이다. 문민지도자가 국민들의 적극적 지지와 신뢰 속에서 민심과 군심을 함께 확보해 나갈 때 사회경제적 조화실현을 통해 역사는 바로세워지고 만인자유가 당당히 구현될 것이다.<이수윤 한국교원대교수·정치철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