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야 반대에다 여서도 소수의견/비상시선택·협상용제기 가능성헌법재판소가 27일 국회의원선거구 인구편차를 위헌으로 결정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제에 선거구제 전반에 대한 개편을 논의하자』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인구등가성을 고려, 현행 소선거구제를 보완하는데 그치지 말고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주로 신한국당의 호남, 충청, 대구·경북, 수도권 지역출신의원들과 원외지구당위원장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역할거구도 및 반여당정서 때문에 15대총선에서 승산이 희박한 이들로서는 이번 기회에 아예 중·대선거구제로 전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도 중·대선거구제 논의에 동조,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확실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 못한데다 수도권에서 사활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소선거구제가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신한국당도 은근히 중·대선거구제가 공론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얼마전 서정화 총무가 수차례 중·대선거구제 추진가능성을 언급한데서도 여권의 내심을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중·대선거구제 개편논의가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쟁점화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 중·대선거구제 논의는 소수론에 불과하다. 헌재 결정을 그대로 선거법에 반영, 일부 선거구를 통폐합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구제의 골격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선거구제 변경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신한국당이 민주당과 함께 이를 추진하기에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여권내에서도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이 다수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대선거구제에서 어느 당도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수 없다는 점이 여권내에서조차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예컨대 여권의 절대우세지역인 부산·경남에서 4∼5인을 선출한다면 고정적인 반여권표로 인해 신한국당이 2∼3명을 당선시키기도 쉽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여소야대」가 필연적인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자는 발상은 패배주의라는 의견이 여권내에도 만만치않다.
그러나 신한국당이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과반수 의석확보가 불가능하고 제1당의 위치마저 위협받는다고 판단하면 차선책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제기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또한 신한국당이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더라도 여야협상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중·대선거구제를 협상용으로 제기할 개연성도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중·대선거구제의 공론화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정치상황의 변화 및 여야협상추이에 따라 1월 임시국회의 현안으로 급부상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총선전에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더라도 여야는 중장기과제로 총선이후 내각제개헌론과 함께 재론할 것으로 예상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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