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식량난·미 일 접근시도 겹쳐/내년 제한적 대화재개 가능성납북됐던 우성호의 선원들이 26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함으로써 9월30일 베이징(북경)3차회담 결렬이후 교착상태에 있던 남북관계가 다시 동적인 국면을 맞게 됐다.
우리측은 우성호선원의 송환을 이미 제공한 쌀15만톤에 대한 대가로 간주한다는게 오래된 입장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선원들이 귀환했다고 해서 새로운 대북제의나 추가쌀지원에 나설 명분은 없다. 정확하게 채무관계를 따졌다면 북한은 쌀전달이 완료된 10월 이전에 선원들을 돌려보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원들의 송환조치가 남북관계 변화의 서곡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은 내년도에 예상되는 한반도 안팎의 정세변화 때문이다.
우선 미국과 일본의 대북접근움직임이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수립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 조만간 식량수출허용을 포함하는 대북경제제재 완화조치를 단행한뒤 평양연락사무소를 설치할 경우 대북정책의 주요초점은 쌀등 식량지원문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와관련, 『북한에 대해 식량지원을 재개해 달라는 미국정부의 요구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도 북한과 수교협상을 본격화할 경우 배상협상과 함께 식량지원을 중요한 촉매수단으로 사용하려 들 것같다.
여기에다가 북한내 불안요소가 우리측의 대북정책 변화를 강요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경우도 북한 체제불안의 가장 큰 원인으로 식량문제가 꼽힌다.
일부 정부관계자들은 주로 미국소식통을 인용해 보도되는 이같은 이상징후설들이 미국의 정책적 필요 때문에 의도적으로 조장되고 있다고 관측하기도 하지만 북한의 상황이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수립에 영향을 줄 것은 틀림없다.
어떤 경우든 앞으로 남북관계의 변화는 「식량지원문제」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같다. 북측도 우성호선원 송환발표에 앞서 「베이징채널」을 통해 이를 사전통고, 추가 쌀지원협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형태의 남북대화 재개는 우리측으로서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추가쌀지원을 협의하기 위해서는 대화형식의 격상등 상응한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는게 우리정부의 입장이다.
미국 및 일본과 대북식량 지원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경수로의 경우 미국이 주접촉선을 맡으면서 우리측이 돈을 대는 해법이 가능했다. 그러나 안보적으로도 민감한 식량문제에 대해서도 국내여론이 이같은 「KEDO해법」을 수용할지는 지극히 의심스럽다.
더욱이 북한측은 우성호선원 송환과정에서 기존의 남북연락관 접촉채널을 무시하고 유엔사만을 상대하는등 「남한당국배제」라는 노선을 철저히 관철시켰다. 판문점을 통한 귀환도 ▲선박을 억류한 상태에서의 유일한 송환경로라는 점 ▲판문점에서의 북·미접촉을 확대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등외에는 의미가 없다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결국 북측은 앞으로도 베이징회담 이상의 남북대화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이같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우성호선원 송환이 북한측의 의도대로 대북식량지원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키는 계기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실제적인 지원여부와 그형태는 앞으로의 협상과 한·미·일간의 의견조율에 달려 있다고 봐야한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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