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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겐의 반지?/조성진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공연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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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벨룽겐의 반지?/조성진 예술의 전당 예술감독(공연읽기)

입력
199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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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찾아 열심히 시내를 누비고 다니는 정성은 있어도 음식점의 환경이나 종업원의 에티켓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격인 것같다. 일단 중요한 것이 만족스러우면 다른 것은 다 갖추어지지 않아도 몹시 너그러우며 아수라장 속에서도 「밥맛」을 잃지 않는다. 이런 성격은 오페라에도 적용된다.우리 관객들은 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수들의 「목청」이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것에는 별로 까다롭지 않다. 가뜩이나 성악위주로 성장해 온 우리나라 오페라가 여전히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관객의 채찍질이 없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중요한 문제인데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 오페라의 번역이다. 공연프로그램에는 반드시 대본번역이 들어가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번역은 그야말로 밥맛을 잃게 한다.

지극히 복합적인 장르의 모든 것을 노래하는 사람들만으로 꾸려왔기 때문에 이 문제가 소홀히 된 것이지만 이것은 원래 노래하는 사람들의 일이 아니므로 그들에겐 사실 책임이 없다.

요즘은 원어로 부르는 추세이니 방치해도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올바른 번역이 필요하다. 오페라는 애초부터 복합예술로 출발했기 때문에 음악은 중요하더라도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문학인(대본가)의 위상은 과거에는 말할 것 없고 오늘날도 오페라에서 결코 부차적인 것이 아니다. 오페라명작의 대본은 노래에 그저 적당히 붙여진 가사가 아니라 희곡이 문학이듯이 그 자체로 훌륭한 문학작품이다.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라는 번역을 대할 때마다 한심한 생각이 든다. 「갈대」를 「새털」로 바꿔 부르는 정성만 있어도 원문에 한 치는 더 가까이 갔을 것이다.

과거이야기를 하면서 「별은 빛나건만…」이라고 현재형으로 말한다. 비오다가 그친 날도 아닌데 「어떤 갠 날」이라고도 한다(「개인 날」이라고 표준말이 아닌 것을 쓸 때도 많다).

오페라제목 중에 가장 딱한 것이 「니벨룽의 반지」를 「니벨룽겐의 반지」라고 부르는 것이다. 원문 Nibelungen의 끝음절 「-en」은 독일어의 소유격 굴절어미인데도 이를 그냥 읽어버리는 것이다. 독일어를 아는 모든 사람이 부끄러워할 일이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는 오역이고 「팔려간 신부」의 여주인공은 아무데도 팔려가지 않는다. 「마탄의 사수」 「춘희」는 일본인들의 번역인데도 무슨 고집인지 줄기차게 그대로 쓰고 있다.

노래만 들으면 되었지 오페라 자체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할지 모르나 말을 바로 쓰는 것이 품위와 상관이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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