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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추가 쌀지원/한·미·일 미묘한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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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추가 쌀지원/한·미·일 미묘한 시각차

입력
199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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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대남정책 변화 우선” 강조/한국 입장/북 구체적 상황 파악에 주안점/미·일에 신중대처 재환기할듯한·미·일 3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공식·비공식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3국의 움직임은 최근 북한 군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상치 않은 조짐이 최악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식량난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유력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국은 이미 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한 식량난의 진상과 식량지원의 필요성, 실제 식량지원시 3국공조등에 관해 심도있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열린 한·일 아주국장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공식 거론됐다. 이어 96년 1월 24일부터 이틀간 호놀룰루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미·일 3국의 차관보급 고위전략회의에서도 북한 식량난에 대한 3국의 공조방안이 최대현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북한의 대남정책이 기본적으로 바뀌지 않는한 추가적인 쌀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따라서 3국 협의결과에 따라 정부의 추가적인 쌀제공 불가방침이 철회될 경우 기존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북한의 식량위기 및 홍수피해와 관련, 현재까지 일본은 두차례에 걸쳐 50만톤의 쌀을 지원했고 미국은 22만5천 달러의 돈을 제공한 바 있다. 우리도 이미 북한에 15만톤의 쌀을 제공했으나 쌀제공 과정에서 인공기 게양사건이 터졌고 우성호 선원의 억류가 계속되는등 추가적인 지원을 위한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았다.

미·일이 북한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 이었던 이유도 내부적으로 재원마련이 어려운 탓도 있었지만 남북관계의 경색에 따른 우리 정부의 입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내 위기의 실체와 관련, 정부는 북한 식량난에 대한 3국공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식량의 추가지원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하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특히 북한의 식량난이 체제붕괴의 위기로 연결될 정도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내 이상징후 및 위기의 실체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일 3국협의에서 북한 식량난의 구체적 상황을 파악하는데 우선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부의 신중한 입장은 관계개선의 효과까지 감안, 대북지원에 상대적으로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미·일의 자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노사카 고켄(야판호현) 일관방장관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쌀 추가지원등 대응책 마련을 시사했고 미국도 북한내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조사단을 파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전개는 우리 정부의 입지를 좁혀 대북정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한·미·일 3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미·일의 전반적인 대북정책 기조에 주의를 환기 시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논의는 북한의 급격한 붕괴를 막고 북·미, 북·일간 관계개선을 통해 북의 안정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정부는 쌀지원문제를 포함해 중·장기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해야만 할 처지이다.<고태성 기자> ◎미국 입장/한반도 긴장요인 인식/북 식량난 지원 적극적/방치땐 북핵동결노력 무산/남북관계 입김 강화 목적도

미행정부가 그동안 국제사회가 외면해온 대북한 식량지원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고 나서 워싱턴 외교가에서 여러가지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들어 북한의 식량난과 이에 따른 소요발발 가능성을 부쩍 강조해온 클린턴행정부는 지난 여름 북한의 대홍수발생 이후 처음으로 미 현직관리를 북한에 파견해 구체적인 실태파악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제개발국(AID)관리의 방북은 최근 유엔이 구호물자 부족으로 평양의 구호센터를 폐쇄하기로 한 직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는 미국이 직접 북한의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정부차원의 원조여부를 본격 검토하겠다는 의사표시로 이해된다.

미국이 대북 수해지원 채비를 서두르는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북한의 식량사정이 실제로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의 한반도 안보전략 차원에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12일 조지프 나이 국방차관보가 워싱턴의 「아시아 소사이어티」오찬연설에서 미고위 관리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데 이어 월스트리트저널, 유에스에이 투데이, 워싱턴 포스트등 주요언론들이 식량난에 따른 북한내부의 소요 가능성을 부각시켜 오고 있다. 북한내부의 폭동이나 그에 따르는 긴장고조는 수년동안에 걸친 북핵동결 노력을 무산시킬 뿐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클린턴에게는 커다란 외교적 실패로 간주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방치할 수 없는 중대 사태임이 틀림없다.

둘째, 미국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위한 촉매제로 북한의 식량난을 이용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클린턴행정부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의 경수로공급협정 체결로 북미 핵합의가 본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있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남북대화의 기약없는 중단에는 초조한 빛이 역력하다. 따라서 미국은 평양측에 대해 핵합의는 준수하면서도 한국과는 적대노선을 고수하는 「양궤도 정책」의 포기를 종용하는 한편, 한국정부에 대해서는 인도적 견지에서의 대북지원을 촉구함으로써 양측 모두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듯 하다. 내년 1월 24일 한미일 3국이 워싱턴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열고 대북 쌀지원문제등 전반적인 대북 정책에 대해 의견조율을 하기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된다.

워싱턴의 한 한반도문제 전문가는 『북한의 식량난은 만성적으로 계속돼온 문제로 지난 여름의 홍수로 사태가 좀 더 심각해졌을 뿐』이라면서 『미국이 북한의 식량난 해결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는 이유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반도에 대한 그들의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수해지원이 성사되려면 어느정도 시일이 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적성국 교역금지법등 걸림돌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가 북한에 대한 의회의 부정적 인식도 여전하기때문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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