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등 반격유보 관망 자세로/민생경제 어려움·안정희구 목소리도 감안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여권의 정치권사정 공세에 대한 대응고삐를 돌연 늦춰잡았다. 그는 26일 지도위원회의에서 『지금은 공세적인 공격보다는 수세적인 공격이 필요한 시기』라고 현 정세상황을 규정했다. 쉽게 말해 반격의 수위와 템포를 한풀 낮추겠다는 것이다. 바로 얼마전까지 『싸워이기는 것만이 사는 길』이라며 사생결단의 초강경자세로 독전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김총재의 이같은 상황인식 변화는 곧바로 국민회의의 정국대응방안의 변화로 연결됐다. 우선 연내에 열기로 했던 「표적사정중지 및 대선자금공개등을 촉구하기 위한」 대규모 공청회계획을 일단 유보했다. 또 임시국회 소집,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경고결의안 및 이수성총리불신임결의안 제출문제도 여권의 태도를 지켜본 뒤 추진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비자금파문과 5·18단죄, 대대적인 정치권사정으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청산정국 와중에서 호흡을 가다듬는 형국이다.
국민회의가 정치권사정 대응에서 한발 물러선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작용하고있다. 먼저 신한국당의 내부문제가 복잡해 정치권 사정이 구체화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물갈이등과 관련해 여권내부가 심하게 동요하고있는 상황에서 내부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정치권사정을 강행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정치권 사정으로 여권이 야권보다 더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게 국민회의의 주장이다.
사정움직임이 구체화하지않는 상태에서 지레 좌불안석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현명치 않다는 자체반성론도 작용하고있다. 유사시 대응태세를 다지되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오히려 여권의 사정공세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경기침체등으로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있고 연말연시를 맞아 국민들의 안정희구심리도 높아지고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같다. 김총재가 26일 수도권의 중소기업체를 방문해 기업의 애로사항과 현황을 듣는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또 하나 김총재는 최근 여권에 「민주세력연합론」을 공식 제안 했던 만큼 여권의 반응을 기다리면서 당분간 정국추이를 지켜볼 필요성을 느끼고있는 것같다.
그렇다고 정치권사정 움직임이 완전히 물건너갔다고 보는 것도 아니다. 박지원 대변인은 『김총재의 수세적 방어 언급은 여권의 사정공세가 끝났다는 결론에 따른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김총재는 여권의 자기사정이 없는 어떠한 사정도 결코 용납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 국민회의측 관계자들은 정치권사정이 조기에 완전매듭되기를 바라는 빛이 역력한 모습이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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