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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운전과 고독(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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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운전과 고독(프리즘)

입력
199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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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탑골공원에는 한겨울에도 노인들이 적지않게 모이곤 했다. 이들중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고 공원에 도착한 사람은 거의 없다. 자가용이 없을뿐더러 버스나 지하철을 무료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의 고속도로에서도 노인 운전자들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아직은 운전할 줄 아는 노인들이 드문 탓도 있지만 면허증이 있다해도 대개는 자녀나 아랫사람이 운전대를 잡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노인들은 사정이 다르다. 도심에는 대중교통이 제법 있는 편이지만 주택가에서는 자동차가 필수다. 동네 공원에만 가려해도 차가 없으면 꼼짝할 수 없다. 멀리 가려면 고속도로도 타야 한다. 철저한 핵가족사회가 만들어낸 노인의 고독이다.

미국에서는 운전할 때 이들 노인들, 특히 할머니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 반사신경이 무디어진 할머니들이 뒤에서 들이받는데는 당해 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겨울처럼 눈이 많이 내릴때에는 운전대에 오른 노인만 봐도 불안한다. 노인들의 운전면허 취득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만도 하다.

사실 일부 주에서는 운전면허 갱신때 70세이상 노인에 대해 시력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는 「70세이상 노인에게는 건강검진과 주행시험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노인들이 가급적 운전을 못하게 하는 것이 상책일 수 있다. 하지만 스키장에서조차 노인들에게 특별할인을 제공하는 마당에 이들의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전문가들은 『운전 능력은 미국 노인들의 자립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텅빈 집안에만 있으면 우울증과 고독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자신들이 여전히 「청춘」이라고 믿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건강검진 자체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화려한 연말연시 분위기속에서도 미국 노인들은 어딘지 쓸쓸해 보인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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