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공공료 인상/성탄절도 신·구력 차이로 내달 7일에/어수선한 정국속 70만명이상 독감고생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리는 러시아인들에게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러시아는 10월 혁명 이후 구력인 율리우스력을 신력인 그레고리력으로 바꿨다. 구력의 12월 25일이 신력으로 따지면 이듬해 1월7일이 돼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크리스마스가 진정한 예수의 탄생일이라고 자부한다.
굳이 크리스마스가 아니더라도 25일 모스크바 최대 백화점 「굼」과 어린이백화점 「젠스키 미르」는 새해 선물을 마련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나 이런 모습과는 관계없이 올해 모스크바의 세밑은 그 어느때보다 어수선하고 우울하다.
공산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자 새 의회에서는 「우봐좌므이 다와리쉬」(친애하는 동무들)라는 공산당 통치시절의 인사말이 유행할 것이라는 등 모스크바 시민들의 심사를 어지럽히는 소문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총선직전 모스크바를 강타한 독감은 총선이 끝난뒤에도 수그러들기는 커녕 계속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 시민 70만명 이상이 독감에 걸렸다. 시민 12명중 한명꼴이다.
이래저래 분위기가 스산한 가운데 모스크바 시당국은 21일 전철요금을 1,000루블에서 1,500루블로 전격 인상했다. 집권여당격인 나쉬돔 로시야(우리집 러시아)가 표를 의식, 전철요금 인상을 총선후로 미루고 있다는 그간의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개혁정책이 시작된 92년 3월 15코페이카(1루블=100코페이카)에 불과하던 전철요금은 1년 7개월뒤 30루블로, 또 1년이 채 되기도 전인 94년 6월에는 세자릿수인 150루블로 수직상승했다. 그러던 것이 9월20일 기어코 네자릿수인 1,000루블로 뛰었고 3개월만에 또 50%가 오른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덩이에 2,500루블 정도하는 흰빵이 곧 4,000루블로 인상될 것이라는 소문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2,500만명의 연금생활자가 한달에 받는 연금은 평균 20만루블(약 3만원). 이들이 전철요금과 빵값을 코페이카 단위로 계산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는 모스크바의 세밑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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