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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문장 색다른 감흥/안정효 새중편집「낭만파 남편의 편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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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적 문장 색다른 감흥/안정효 새중편집「낭만파 남편의 편지」내

입력
1995.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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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지문 배제한 글쓰기의 변화시도/부부의 권태소재 표제작 등 3편 묶어 대화나 지문 없이도 하고 싶은 말을 다할 수 있는가. 그리고 소설이 성공할 수 있는가.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등 사회성 강한 작품을 주로 발표해온 안정효(54)씨는 중편집 「낭만파남편의 편지」(민음사간)를 통해 실험을 하고 있다. 문장의 의도적 반복, 시나리오적인 시각화가 실험의 내용이다.

 책에 담긴 세 편의 소설은 개인과 가족에서 생길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표제소설 「낭만파…」와 「백합은 이렇게 죽는다」에서 각각 대화와 지문을 배제하는 실험적 작업을 통해 작가는 소설읽기의 색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낭만파…」는 영국의 낭만파시인을 좋아했고 낭만파임을 자처했던 남자의 편지쓰기를 다루고 있다. 결혼한지 9년, 여의도의 무역회사에 다니는 그는 아내, 유치원생 외동딸과 함께 산다. 이제 일상과 부부생활이 권태롭기만 한 그는 「복사기로 무수히 찍어낸」 듯한 하루를 살고 있다. 「전에는 아내의 얌전한 눈과 갸날픈 어깨와 한복차림의 모습에 가느다란 손가락과 자그마한 발이 참으로 아름다웠는데 왜 지금은 감동적으로까지 아름답게 느껴지던 구석들이 자꾸만 하나씩 사라져야만 하는 것일까」고 안타까워하다가 옛 사랑을 되찾으려고 아내에게 익명의 연애편지를 보낸다.

 아내는 남편의 편지인 줄 몰라보고, 남편은 카페에서 만나자는 여섯번째 편지를 띄울 때까지 아내를 시험한다. 아내를 관찰하는 남편, 익명의 편지에 두려움을 느끼다 호기심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아내의 심리적 갈등을 치밀하게 그리고 있다. 작가가 「바늘 끝으로 모기의 날개를 떼어내는 기분」이라 했듯 묘사의 반복, 대화없는 진행이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백합은…」은 전혀 지문없이 전개된다. 아버지의 금력을 업고 학교를 장악, 교사까지 좌지우지하는 고3생의 마수에 걸려 희생되는 교사를 통해 새로운 학원폭력을 보여준다. 피해망상을 겪던 교사는 결국 죽고 마는데 형사부부를 통한 사건추적이 독서욕을 북돋운다. 91년 중편집으로 발표한 소설 「미늘」과 정서가 비슷한 「회귀」는 한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미국으로 가 방황하는 고전문학 전공자에 대한 이야기. 쉰 가까운 나이에 방출당하듯 떠나 물위의 기름처럼 떠도는 삶과 끊임없이 안식을 찾는 모습을 그렸다. 『중편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형태』라는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가벼운 실험, 문장쓰기의 변화를 시도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10·26부터 6·29까지의 정치격동을 다룬 6권짜리장편 「태풍의 소리」(현암사간)를 3권까지 내고 마무리 작업중이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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