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한 새조약엔 탈냉전 반영”/동맹관계 복원 불가능… 남북갈등 악용없을것/한국 안보리활동 적극지원·양국협력 확대해야/총선서 공산당이 1당됐지만 개혁세력 의석수가 더많아□대담=문창재 정치2부장
한국과 일본통으로 유명한 게오르기 쿠나제 주한 러시아대사는 러시아 정부가 96년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활동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를 넘기면 부임 3년째를 맞는 그를 강남구 대치동 러시아대사관으로 찾아가 한·러관계 현안에 관해 의견을 들어보았다.<편집자 주>편집자 주>
-먼저 한·러 양국의 관계를 평가해주십시오.
『한국과 러시아 양국 관계는 수교 5년만에 급속히 발전해 동반자 관계가 됐습니다. 기존의 우호협력 관계를 굳게 다져나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2년동안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을 더 많이 알게됐고 사랑하게 됐습니다. 마찬가지로 더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이곳에 와 한국을 알게되면 양국 관계발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갖고있고 러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매우 높습니다. 또 서울에 와보니 한국 사람들이 러시아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의 동맹조약을 폐기키로 했습니다. 북한과 새로 체결할 기본조약은 어떤 내용이 됩니까.
○APEC가입 지특 감사
『북한과의 새 조약은 탈냉전의 현실을 반영하는 미래지향적인 내용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동맹조약이 되지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새 조약은 공인된 국제관계의 제원칙을 담게 될 것이므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북한은 새로운 조약 체결에 동의했고, 현재 우리가 제시한 조약 초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초안에는 제3국이 우려할만한 내용은 없고 러시아의 신민주 외교정책에도 위배되는 사항이 없습니다』
―한국이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진출하는데 러시아는 외교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국제무대에서의 두나라 협력관계는 어떨까요.
『우선 한국이 안보리 이사국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유엔가입 4년만에 안보리 이사국이 된 것은 김영삼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한국외교의 큰 성과입니다. 러시아는 안보리에서 한국의 자격을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안보리 활동경험을 한국에 전해 줄 수 있고, 이미 안보리에서의 협력을 위해 외교경로를 통한 협의계획을 세워놓고 있어요. 두나라는 대부분의 국제문제에 관해 입장이 같거나 유사하기 때문에 협력분야는 매우 넓다고 봅니다』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정회원국 가입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역내 무역·투자 자유화 조치와 「오사카 행동지침」을 수용할 수 있습니까.
『러시아의 APEC 가입희망을 한국이 호의적으로 지지해 주어 고맙게 생각합니다. 아직 회원국이 되지못해 행동지침을 실행할 의무는 없지만 우리는 더 많은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이 지침에 맞게 행동할 것입니다. 회원국이 된다면 2010,2020년 목표연도와 관련해서도 APEC의 요구를 성실히 이행하겠습니다. 한국은 APEC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데 우리는 한국의 경험을 배우려고 합니다』
―북한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간의 경수로공급협정이 체결됐습니다. 이 협정과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북·미 기본합의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협정에 의한 북한의 사찰의무 이행에 관해서는 명백히 하지 못한 것같습니다. 러시아는 물론, 국제사회가 북한의 사찰의무 이행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한국형을 중심으로 한 대북 경수로 공급협정 체결을 환영합니다. 러시아는 원칙적으로 KEDO에 참여할 용의가 있으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집요하게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2+4회담 참여 용의
『그 점에 관해 러시아의 정책은 아주 명백합니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운명에 관해 스스로 합의해야 합니다. 남북한 당사자들이 평화체제 논의에서 기본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광복절 치사에서 밝혔듯이 주변국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보는데, 러시아는 관련국을 러·미·중·일 4개국으로 생각합니다. 이들 나라들이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한다면 러시아는 참여할 용의가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안전보장및 세력균형에 가장 큰 위협요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북한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포함한 핵무기와 대량 살상무기의 확산이 가장 위험합니다. 또 모든 국가의 행동은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지역 일부국가들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도 위협요인입니다. 이와 함께 나라에 따라서는 내부적으로 불안정한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대외정책이 건설적이며 예견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견 가능성이 없는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 말해 줄 수 있습니까.
『동북아시아 지역 뿐만 아니라 어느 지역에도 예견 가능성이 없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외교관으로서 특정한 제3국가를 찍어 말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랍니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복원에 눈을 돌리면서 남북간의 갈등관계를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구공판 공시지가 보상을
『러시아는 과거와는 다른 나라가 됐기 때문에 북한과의 관계복원은 불가능합니다. 러시아는 북한과 호혜적인 관계를 갖기 희망하며, 이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가 남북간에 존재하는 모순을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최근 러시아 총리도 밝혔듯이 북한은 한·러 관계의 장애물이 될 수 없습니다.등거리외교의 해석과 관련해서 러시아는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갖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두나라는 대사관 지을 땅문제와 관련해 신축용지를 맞교환키로 합의했지만 러시아는 옛 러시아영사관 땅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상액은 어느 정도입니까.
『구체적인 보상금액을 말하기 보다는 우리의 입장과 기준을 말하겠습니다.옛 러시아제국 영사관 땅의 보상을 시가로 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은 모든 토지를 평가, 공시지가를 정해놓고 있는데 한국의 부동산 전문가는 옛영사관 부지의 시가가 공시지가의 10배가 넘는다고 말합니다. 보상금 산정은 정부간 협상이기 때문에 보상금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협상에 융통성을 보일 용의가 있습니다』
―옐친대통령의 건강은 어떻습니까. 최근 총선에서 공산당이 제1당이 됐는데 러시아의 국내정치 전망은 어떤가요.
○총선결과 개혁에 유리
『공산당이 제1당이 되긴 했지만 20% 안팎의 지지에 불과합니다. 국회에서 개혁을 지지하는 세력이 반대하는 세력보다 많아요. 오히려 이번 총선결과는 과거보다 개혁 추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옐친대통령은 개혁정책의 확실한 지도자로 남아있습니다. 대통령은 TV 뉴스에 매일 나올 정도로 건강합니다. 그의 건강에 관해 우리는 충분한 근거자료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의 역사 바로세우기를 어떻게 보십니까.
『외교관으로서 한국의 국내정치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국민이 확실한 정의를 세우기를 기대합니다. 또 김대통령이 결단력 있게 민주화 과업을 이끌어 가는데 존경심을 표합니다』
□게오르기 쿠나제대사 약력
▲47세 ▲71년 모스크바대 아시아·아프리카 언어학부 일본어과 졸업 ▲76년 역사학 박사 ▲71∼83년 동양학연구소 연구원 ▲83∼87년 주일대사관 1등서기관 ▲87∼90년 국제 정치·경제연구소(IMEMO) 한국·일본연구부장 ▲91년 러시아연방공화국 외무차관 ▲94년1월 주한 러시아 대사 부임 <정리=고태성 기자>정리=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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