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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이 많아야 한다/문창재 정치2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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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이 많아야 한다/문창재 정치2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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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총리가 또 바뀌었다. 권오기 부총리는 이 정부 출범 2년 10개월동안 6명째 외교안보팀장이 되었다. 물러간 다섯분의 평균 재임기간은 7개월이 채 못된다.왜 그리 자주 사람을 바꾸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경제부총리로 옮겨앉은 분의 대북정책에 잘못이 있어 자리를 내놓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것같다. 북한에 쌀을 보내주는 과정에서 북한이 쌀배에 인공기를 달게 한 사건, 선원의 사진촬영을 간첩행위라고 트집잡아 쌀배를 억류한 사건등이 잇달아 국민의 격분을 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분 한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책임을 묻는다면 그분이 공직에서 물러났어야 할텐데 경제부총리로 영전했으니 말이다.

그 분이 꼭 경제팀장으로 필요해 발탁하고 후임에 권부총리를 앉혔는지, 권부총리의 학식과 덕망을 높이 사 그분을 경제팀장으로 보냈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통일부총리를 너무 자주 바꾼다는 것이고, 그것이 대북정책에 좋을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부총리만 그런가. 실무자들은 또 얼마나 자주 바뀌는가. 통일원에 대북업무를 오래 담당해 그 분야에 훤한 「꾼」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본 일이 없다.

인사때만 되면 어떻게 손을 써서라도 좋은 자리를 찾아가려는 것이 공직자들의 생리이다. 한 자리에서 오래 일한 사람은 옮겨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하는 인사권자들도 있다. 오죽하면 순환보직이란 인사원칙까지 생겼을까.

남북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서 『통일관계 일을 오래 하던 분이 어떤 사건에 연루돼 현직에서 물러나자 북한측 상대자들이 쾌재를 불렀다더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개성이 강한 그는 북한과의 협상이나 회의때마다 논리정연한 언변으로 상대자를 쩔쩔매게 했다고 한다. 그가 말을 잘하고 개성이 강해 북한 사람들이 무서워한 것은 아니다. 그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경험이 쌓이고 아는 것도 많아 「말싸움」에 지지않았던 것이다.

북한은 어떤가. 그들이 좀처럼 사람을 바꾸지않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직함을 바꾸어가며 고위급 남북접촉때마다 나오는 전금철(70)은 72년 남북 적십자회담 대변인으로 우리에게 얼굴과 이름이 익은 인물이다. 대미접촉을 전담하고 있는 허종(50)은 80년대부터 유엔대표부 요원으로 뉴욕외교가에 데뷔, 대미 협상이나 회의때마다 단골로 나가는 사람이다. 판문점에 취재다니는 기자들에 의하면 회의 참석자들 뿐 아니라 취재기자들의 얼굴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20년 넘게 판문점을 출입하는 북한기자에게서 『남반부는 왜 그리 사람이 자주 바뀌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답이 궁해 혼났다는 말도 들었다.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해 해당업무에 훤한 꾼과 부임한지 얼마 안돼 업무파악도 제대로 되지않은 사람이 마주앉는 회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평양에 앉아 대남정책을 입안하는 기획팀도 의자가 닳도록 한자리에만 앉아있으니 우리 속까지 훤히 들여다볼 정도가 아닐까.

어느 분야건 꾼이 많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경제도 그렇지만 특히 대북관계에는 더욱 많은 통일일꾼이 필요하다. 부총리에서 말단직원에 이르기까지 경륜과 경험과 전문지식을 고루 갖춘 꾼들이 많아야 국민이 통일논의 창구단일화, 당사자 해결 우선원칙같은 통일정책을 안심하고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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