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한국출판문화상 심사는 하현강(연세대사학과) 이태동(서강대영문과) 송상현(서울대 사법학과) 김영식(서울대화학과)교수등 네 분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3주에 걸쳐 모두 세 차례 모임을 갖고 엄정한 심사를 거쳐 저작상 수상자와 출판상 수상도서를 선정했다.저작상부문에는 「의상-그의 생애와 화엄사상」(김두진·민음사) 「한국의 물시계」(남문현·건국대출판부) 「한국의 석조미술」(진홍섭·문예출판사) 「한국의 하천」(안수한·민음사) 「GATT의 분쟁해결사례연구」(박노형·박영사) 「고지(고지)리사이클링」(신동소·서울대출판부) 「로티의 신실용주의」(김동식·철학과현실사) 「20세기과학의 쟁점」(임경순·민음사) 「협상론」(이달곤·법문사) 「가스통 바슐라르」(곽광수·민음사)등 10건을 후보로 올려 검토한 끝에 ▲연구의 독창성 ▲학술적 기여도등의 관점에서 「의상-그의 생애와 화엄사상」과 「한국의 물시계」를 영예의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출판상으로는 전집부문에 「한국소설문학대계」와 「김동리전집」을 선정하는등 11개부문 21종을 뽑았으며 제작상에는 나남출판을 선정했다.<편집자주>편집자주>
◎심사평/좋은 도서 많아 선정 “즐거운 고민”
□심사위원
▲하현강 교수(연세대 사학과·심사위원장)
▲이태동 교수(서강대 영문과)
▲송상현 교수(서울대 사법학과)
▲김영식 교수(서울대 화학과)
올해에는 출판계의 불황으로 출품도서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심사에 임하면서 소문과 다름을 알게 되었다. 그 빗나간 예상은 심사위원들로서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올해에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진 좋은 도서들이 많이 출품되어 그 우열을 가려 수상작을 선정해야만 하는 심사위원들을 애타게 하였다. 심사기준을 우리나라의 출판문화와 학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도서를 선정하는 데에 두고, 여러 후보 도서들을 놓고 어려운 심사작업을 진행하여 수상작을 선정하게 되었다.
저작상 심사과정에서는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은 연구실적을 토대로 일관된 체계를 갖추어 창의성 있게 저술된 도서를 선정하기로 하였다. 김두진(국민대 국사학과)교수의 「의상―그의 생애와 화엄사상」(민음사)은 저자가 한국사를 전공하고 있는 학자로서 오랫동안 한국고대사의 불교사상사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의상의 생애와 화엄사상을 역사학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체계화한 노작이다. 의상은 원효와 함께 신라불교를 대표하는 고승이지만, 그에 관한 연구는 그리 활발하지 못한 편이었다. 따라서 이 저서는 신라의 화엄사상과 역사연구에 다같이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문현(건국대 전기공학과)교수의 「한국의 물시계」(건국대출판부)는 한국물시계에 관한 체계를 세워보고자 조선왕조 과학기술의 중심기계인 자격루의 구조와 원리를 밝히고, 그것이 차지하는 시간측정사, 제어계측사등 과학기술사 분야에서의 자리 매김을 위해 관련자료와 문헌을 널리 섭렵하여 종합적으로 연구한 의미있는 저술이다. 이 책은 전기공학을 전공한 공과대학 교수로서 한국의 과학기술사에 관하여 이미 많은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저자가 그동안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새롭게 체계를 세워 저술한 것이기 때문에 높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할 것이다.
◎제작상나남출판/매스컴분야 등 올 130여종 출간
한해동안 참신하고 유익한 책을 펴내온 출판사중 한 곳을 선정하는 제작상은 나남출판(대표 조상호·45)에 돌아갔다. 79년 설립된 이래 16년동안 주로 매스컴분야등 사회과학분야의 연구서를 만들어온 곳이다.
그동안 만든 책은 사회과학 600여종과 문학·기타 350여종등 950여종에 이르며 올해에만 130여종을 출간했다. 81년부터 커뮤니케이션분야에 관심을 집중해 한 우물을 판 결과, 한국언론학 40여년의 연구실적을 집대성하는 큰 일을 해내면서 전문출판사로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 초판 2,000권이내를 찍는 척박한 사회과학시장에서 「불도저」로 불리는 조상호 사장은 전문출판인의 자세로 프로페셔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을 강조한다.
나남출판의 대표 시리즈는 매스커뮤니케이션 전문도서인 「나남신서」. 79년 8월 버트런드 러셀의 「희망의 철학」을 이극찬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한 이후 올해 5월 「인물 한국언론사」로 400권을 돌파했다. 또 92년엔 출판계에서 처음으로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국내 저작물을 영역, 외국에 소개하는 업무를 시작했다. 최근엔 환경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책을 내고 있다.
조상호 사장은 『내년 봄이면 1,000종을 돌파하는 경사를 앞두고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알고 전문출판분야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종까지 나남출판과 경합한 제작상후보는 까치출판사이다. 까치출판사 역시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중심으로 많은 양서를 출판해 왔다.<여동은 기자>여동은>
□영예의 저작상 수상 2인
◎「의상그의 생애와 화엄사상」 김두진 교수/의상화엄사상고대사회상 관련성 규명/“고대신화에 담긴 건국이념 등 연구 추진”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저작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두진(50·국민대국사학과)교수는 자신의 저서가 출품된 사실도 몰랐다며 수상소식이 전해지자 뜻밖이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예의 수상작 「의상―그의 생애와 화엄사상」은 신라의 고승 의상(625∼702년)대사의 화엄사상과 신라 중대 전제정치와의 관련성을 연구한 저서. 의상의 생애, 화엄사상의 논리구조와 역사적 의의등 전체 8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의상의 화엄사상을 체계화하면서 화엄사상을 고대의 사회사상으로 정립하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그는 『고대 한국사상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화엄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 당대의 정치·사회상을 규명해보고자 했다』고 연구동기를 밝혔다.
이같은 연구방향은 그의 분류에 의하면 「고대한국사회사상사」에 속한다.
그는 이 분야의 연구가 한국사상사 정립의 출발점이라는 중요성을 갖고 있는데도 사상과 사회상에 대한 양면적 이해가 필요해 연구자들이 많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우리 고대사 연구의 큰 취약점인 자료부족 때문에 벽에 부딪칠 때가 많다는 김교수는 『알려지지 않았던 비문 한두 구절만 나와도 마치 고대사의 체계를 달리 세워야 하는 것처럼 떠들썩해지는 학계 풍토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나마 부족한 기존의 고대사 자료조차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 연구풍토를 경계했다. 이번 수상작도 자료수집에는 무려 13년이 걸렸으나 정작 집필에 몰두한 시간은 2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69년 서울대 사학과, 71년 동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전남대 국사교육과교수를 거쳐 80년부터 국민대 국사학과교수로 재직중이다. 10년 넘게 강단에 서면서 고대사 분야에서는 누구 못지 않게 많은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지금까지 낸 저서는 단 2권. 『단순히 논문을 모은다고 책이 되지는 않죠. 한 권의 저서를 쓰려면 논리적 체계를 세우기 위한 끊임없는 수정작업이 필요합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신의 평생스승으로 석사과정을 지도해준 이기백 교수와 한국사상사의 방법론을 제시한 한우근교수를 꼽은 그는 현재 단군신화, 신라 박혁거세신화등 고대신화에 담겨 있는 고대국가의 건국이념과 지배계급의 이념등을 규명하는 연구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박천호 기자>박천호>
◎「한국의 물시계」 남문현 교수/자격루 제어계측공학 차원 체계적 접근/“실물자격루 경회루 남쪽에 복원하고파”
『우리의 전통과학기기인 자격루를 현대 제어계측공학의 차원에서 접근하려 했습니다. 저작상의 영예를 안겨준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연구를 도와준 분들과 기쁨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저작상 수상작으로 뽑힌 남문현(53·건국대 전기공학과)교수의 「한국의 물시계」(건국대출판부)는 「자격루와 제어계측공학의 역사」라는 부제처럼 한국의 전통과학기기인 자격루를 통해 시간측정사에 있어서 제어계측기술의 중요성과 기여도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처럼 하나의 과학기술 기재를 집중적으로 다룬 연구서는 그리 흔치 않다. 남교수는 자격루의 자동시보장치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중 84년에 은사인 미버클리대 스타크교수로부터 현대적 학문의 방법으로 전통과학기기를 연구해 보라는 조언을 듣고 본격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세종때 만들어진 자격루를 한국 물시계의 대명사로 꼽는다. 그는 자격루가 곧 과학적 창조성이 있는 민족임을 나타내는 상징임을 시간측정사, 제어계측사, 천문학사, 나아가 기술사에서 입증해 보려고 노력했다.
10여년간 자격루의 구조와 원리를 밝히고 뿌리를 찾는 노력을 한 끝에 한 권의 책으로 내게 됐다. 「한 우물파기」를 꺼리는 학계풍토에서 보기드문 연구성과이다.
이 책에서 그는 광범위한 「시간측정사」개괄을 통해 삼국시대로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의 뼈대를 갖춰 나가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서 조선시대의 독특한 시각제도인 인정과 파루를 살피고 자격루가 만들어진 전후배경을 중국과 아랍의 과학기술 시대상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그는 현재 진행중인 혼천의연구가 끝나면 한국의 시간측정사를 완전정리한 개정증보판을 영국의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판으로 낼 계획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조선후기의 측정기기 연구에 몰두해 고대에서 현대까지 한국시간측정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려 한다』고 밝힌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실제로 작동하는 실물자격루를 옛 경회루 남쪽자리에 제대로 복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교수는 경기 남양주출신으로 연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국대부설 한국기술사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 「자동제어시스템」 「전기회로와 신호」 「제어시스템공학」등을 냈다.<여동은 기자>여동은>
◇저작상 ▲김두진 「의상―그의 생애와 화엄사상」(민음사) ▲남문현 「한국의 물시계」(건국대출판부)
◇출판상 ▲사전·사전=페르시아어 한국어사전(한국외국어대출판부) ▲문고=열화당 미술문고(열화당) 창비시선(창작과 비평사) ▲전집=한국소설문학대계(동아출판사) 김동리전집(민음사) ▲기획=한국의 석조미술(문예출판사) 한국의 생활과 풍속시리즈(웅진출판) ▲편집=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짚풀문화(현암사) 민화이야기(디자인하우스) ▲사료=서울시내 일제유산답사기(한울) 중국경내 고구려유적(고구려유적)연구(예하) ▲번역=한국서지(한국서지·일조각) 보들레르 시전집(민음사) ▲아동=어린이한국문학(계몽사) 한양장편창작동화(한양출판) ▲사진=아시아의 하늘과 땅―김수남사진집(타임스페이스) 이경모사진집(눈빛) ▲예술=운보 김기창(에이피인터내셔날) 감로정(감로탱·예경) ▲장정=한국고전의 발견(한길사) 우리의 과학문화재(한국과학기술진흥재단) ▲제작=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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