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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재판」 전미식축구스타 OJ 심슨(’95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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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재판」 전미식축구스타 OJ 심슨(’95인물)

입력
1995.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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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 이면 흑백갈등 표출/무죄평결싸고 미전역 거센 논쟁 휩싸이게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미국의 상처만 깊어졌을 뿐이다. 굳이 따진다면 모두가 유명해졌다고는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아예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거대한 쇼이기도 했다. 걸프전때 전쟁을 생중계해 방송의 괴력을 재확인했던 미국의 TV는 이번에는 1년이 넘도록 계속된 재판을 생중계했다.

O J 심슨. 그는 누구나 명성과 부를 성취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표상이었다. 가난한 흑인가정에서 태어나 미식 축구선수로, 이어 해설가로 영화배우로 신분의 수직상승을 이룬 미국의 영웅. 게다가 그는 빼어난 미모의 백인여자와 재혼했다. 미국에 흑백커플이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한 것도 심슨커플이 미친 영향이었다.

심슨이 살인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이후 미국이 격정의 도가니에 빠진 것은 지극히 미국적인 현상의 연장이었다. 피해자가 백인전처와 그녀의 남자친구인데다 이들은 엽기적이라 할 만큼 무참히 난자당했다. 현장의 혈흔, 사건직후 도주와 추격등의 정황증거로 심슨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로버트 샤피로, 자니 코크란 등 그가 고용한 당대 최고의 변호사들은 이름값과 돈값을 톡톡히 해냈다.

사건현장은 백인경찰에 의해 조작된 것이고 초동수사를 맡았던 백인경관은 지독한 인종주의자라는 논리로 수세를 뒤집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백방으로 뛰어 초동수사 경관이 『깜둥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 진술을 뒤엎는 녹음테이프를 구했고 경악속에 상황은 반전됐다.

지나칠 정도로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는 미국의 사법제도가 아니었다면 그런 방식의 변론이 먹혀들 수도 없었다. 흑인들은 박수를 쳤지만 백인들은 사법제도의 문제를 되짚어 보는 쪽이었다.

변호인단의 「인종카드」는 여지없는 개가를 올렸다. 배심원 12명중 9명은 흑인이었다. 배심원들은 지난 10월 3일 평결시작 불과 4시간만에 만장일치의 무죄평결을 내렸다. 유력언론들은 증거주의가 짓밟힌 오도된 재판이라는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다. 재판결과를 놓고 미국전역은 흑백으로 갈린 거센 논쟁에 휩싸였다. 200년 묵은 미국의 원죄, 흑백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 주말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는 코크란변호사가 주최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렸다. 심슨은 『가족과 함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보내 크리스마스 인사를 했다. 심슨의 무죄평결 발표순간이 대형화면에 재연됐고 이들은 심슨을 위해 축배를 들며 다시 환호했다.

검찰은 재판에 졌지만 수석 여검사 마샬 클라크와 흑인 차석검사 크리스 다든은 나름대로 스타덤에 올랐다. 클라크는 곧 재판과정을 책으로 낼 예정이며 이미 42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았다. 다든은 흑인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에 시달렸지만 지난 18일 한 흑인단체가 시상하는 올해의 상을 받았다. 「자신의 직무에 열중했던 형제」라는 것이 수상이유였다.<뉴욕=조재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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