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등 강경드라이브로 승부수/당분간 당보다 내각에 힘실릴듯12·20 개각은 여권의 역학구도 및 노선에 어떤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가. 여권인사들은 개각의 행간에 담긴 김영삼 대통령의 의중을 읽는데 부심하고 있다. 특히 「김윤환 신한국당대표―이수성 총리」체제가 어떤 색채를 띨지, 김대통령이 내각과 당을 어떤 방식으로 통할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여권핵심부의 역사바로잡기와 정치권 쇄신등이 명분위주로 나갈지, 아니면 국면전환과 민생현안 등의 현실주의에 무게를 둘 지도 주목된다.
이를 가늠하는 단초가 바로 새 내각의 중층적 성격이다. 정치개혁을 위해 이총리등 개혁파들이 포진해 있는가하면, 경제안정을 위해 경제팀은 실무형으로 짜여져있고 내년 총선을 의식해 TK(대구·경북) 충청, 호남 등 지역을 안배했다. 이를 두고 여권일각에서는 『복합적 성격은 뚜렷한 특색이 없다는 말도 된다. 그래서 지향점을 알기가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모자이크형 내각은 여러 목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사실 여권은 정치개혁이라는 명분과 총선이라는 현실을 모두 고려하고있다. 나아가 명분을 현실에 접목시켜 총선 승리를 도출하기 위해 어떤 식의 개혁프로그램을 추진할 지를 고심하고있다.
여권은 현 정치권의 구도로 선거를 치를 경우 비관적이라는 자체판단을 토대로 일단 개혁쪽에 무게를 싣고 정치판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 이런 맥락에서 정치권 사정이 예고되고있고, 이는 본질적으로 기존 정치권을 단죄한다는 점에서 정당중심의 정치가 진행되기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신한국당이 공천을 마무리하면 당직자나 의원이나 모두 지역구에 매달려야하기 때문에 당중심의 정치가 이루어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당분간 여권은 청와대―내각중심으로 운용되고 역학구도도 「정고당저」의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당이 완전히 소외될 수는 없다. 어차피 선거를 치르는 주체는 당이기때문에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일부 당직자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유중 하나가 당의 무기력증이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이후 김윤환 대표 중심으로 여권결속작업이 한창 진행될때 여권의 공식적인 논리였다. 하지만 현 정국이 두 전직대통령이 구속되는 비상상황이라는 점에서 당중심론이 별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권핵심부는 대격변의 소용돌이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사활을 건 승부가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향후 노선의 중심축도 범여권결속과 계층결속 등이 아니고 개혁이미지와 명분쪽으로 기울어 있다. 이런 정황에 따르면, 김대통령은 내각의 뒷받침을 받아 중단없는 개혁드라이브를 주도하고 그 승부수의 결과로 15대총선을 치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 같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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