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정기 실어나르는 2,000리 젖줄/강따라 곳곳 선사·고구려 유적/「푸른물빛」 무색,탁류만 유유히지안(집안)을 굽이도는 압록강, 그 강물에 두 손을 적셔 본다. 옛날의 푸르름은 간데없는 탁류일지언정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한없는 감회가 솟구쳐 올라온다. 서울을 떠나던 당시, 미지의 땅을 향한 설렘은 만주의 옛 고구려 유적을 차례로 대하면서 아쉬움으로 바뀌었다. 고구려인이 말달리던 광활한 만주벌이 이제는 우리의 역사속에서만 얘기되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압록강 강가에 서서 북녘을 바라보는 마음은 만주에서 느꼈던 아쉬움에 비할 수 없는 큰 아픔으로 물들었다. 남의 나라 땅은 이렇듯 자유롭게 드나드는데 한 핏줄 한 겨레가 사는 북녘땅은 그저 바라만 보면서 스쳐 지나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였다.
압록강은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 한반도와 만주벌을 사이에 두고 약 2,000리(800㎞)를 달려 서해에 다다른다. 한반도에서 가장 긴 강답게 우리 조상들이 만주와 한반도에 일군 한문화의 젖줄이다. 강을 따라 신석기와 철기시대의 유물이 출토되고 고구려의 적석총과 봉토무덤등이 몰려 있다. 「물빛이 오리머리빛과 같이 푸르다(수색여압두)」하여 이름지어진 압록강. 고구려인은 강물이 하도 맑고 푸르러 청하라고 했다. 그러나 압록강은 더 이상 푸르지 않다. 평상시에도 강주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생활오수와 공장폐수로 오염이 심각하다.
올 여름 북녘을 할 퀴고 간 금세기 최대의 홍수가 영향을 미쳐 기행단이 찾았을 땐 그 물빛이 더욱 혼탁했다. 지안시 앞에 있는 벌등도의 옥수수밭과 나무들은 누런 흙을 뒤집어 쓴채 강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누워 있어 홍수의 참상을 말해주고 있었다. 조선족안내인은 『올봄에 북한주민들이 바지를 걷고 건너와 벌등도에 심었던 농작물이 결딴났다』며 『이번 수해로 북한주민들의 식량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른 아침 기행단은 유람선을 타고 하류쪽으로 50여㎞ 떨어진 우연수력발전소로 향했다. 북한과 중국의 고기잡이배들이 가끔 나타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북한쪽 강변에 대부분의 배들이 몰려 있다. 물고기가 희한하게도 북한쪽 수역에서 많이 잡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에서 마주보이는 들녘에는 북한주민들이 일렬로 늘어서 김을 매고 있다. 강변쪽으로 다가가면서 우리말로 인사를 하자 몇 사람이 손을 흔들어준다. 반가운 마음에 몇 마디 더 말을 건네려는 순간 갑자기 옥수수밭 사이에서 총을 든 초병이 나타났다. 긴장한 선장은 재빨리 뱃머리를 돌리며 『북한이 최근 한국인유람객이 늘어나자 군인들을 증파했고 영토접근에 대해 중국정부에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안에서 압록강을 유람한 뒤 작가들은 버스로 강변을 따라 달리면서도 주변풍경 스케치에 여념이 없었다. 수풍댐을 지나자 일행중 한 사람이 차를 세워달라고 했다. 5세 때 부모와 함께 월남했다는 그는 『고향인 평북 창성이 여기서 불과 30㎞정도』라며 즉석에서 돗자리를 펴고 46년만에 고향을 향해 절을 올렸다.
어느덧 압록강 하류 단둥(단동)에 도착했다. 강건너가 바로 신의주. 한국전쟁 당시 부서진 철교가 분단의 비극을 새삼 일깨운다. 쾌속보트 선상에서 강너머의 북한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군인이 지켜 보는 곳에서는 대부분 못본 척하고 돌아섰지만 군인이 없는 곳에서는 화답을 한다. 부두에 정박한 배위에서 강물을 퍼 목욕을 하던 중년남자는 『통일된 다음에 다시 오라』며 웃음을 보냈다. 그 사람의 꾸밈없어 보이는 말과 웃음에서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최진환 기자>최진환>
◎압록강 발원지/백두산천지 정설… 함남 명당봉계곡 주장도
압록강의 발원지에 대해서는 백두산 천지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나 최근 이설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측 자료(백과전서와 화보「조선」93년 1월호)에는 발원지가 백두산 장군봉 남서쪽 수백미터 지점의 부석돌짬으로 천지의 맑은 물이 새어나오는 곳으로 기록돼 있다. 길이는 803㎞이며 중국측 유역면적이 3만1,934㎢, 한반도쪽 유역이 3만1,739㎢로 돼 있다. 우리나라의 지리부도와 동아세계백과사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는 일제시대 조사자료를 근거로 발원지는 천지, 강길이는 790㎞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형석 한국하천연구소장은 압록강 중심줄기를 허천강으로 보고 그 발원지가 함남 풍산군 안수면과 수상면(북측지명으로는 양강도 김형권군)에 있는 명당봉(1,800m)북동계곡이라고 주장한다. 강의 길이도 135㎞가 더 긴 약 925㎞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이같은 사실을 89년 동국대석사학위논문에서 처음으로 밝혔는데 조사를 위해 조선총독부에서 발간된 5만분의 1지도등 4개의 정밀지도를 곡선척으로 계측했으며 수로의 경사면을 길이 계산에 참고했다.
◎작가메모/이태길씨
지안에서 우연수력발전소까지의 뱃길은 중국에서 「동북의구이린(계림)」이라고 할 만큼 주변풍광이 아름답다. 기암괴석과 울창한 원시림으로 단장한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이곳은 굽이를 돌 때마다 화려한 진경산수를 보는 착각에 빠진다. 게다가 강건너 북한동포들의 생활상을 살피고 인사를 주고받다 보니 왕복 100㎞여의 4시간 유람이 훌쩍 지나갔다. 산그림자가 드리운 수면 위로 주민 10여명과 황소, 달구지등을 싣고 북한쪽으로 건너가던 거룻배가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40년 전남 함평출생
▲국전 문공부장관상 수상·특선3회
▲개인전 7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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