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유착 근절·기업경영개선 뒷받침/경기연착륙·물가불안 방지장치 주력『경제분야에서 역사를 바로 잡겠다』21일 취임한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의 첫마디다.
신임 나부총리는 앞으로 경제정책의 근간을 세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문민정부 출범후 추진해온 경제개혁과 규제완화 노력을 더욱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이고, 둘째는 국민생활경제의 안정을 통해 생활의 질을 높여나가는 것 셋째는 경기 양극화의 해소다.
이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첫째다. 그는 비자금파문으로 재벌총수들이 법정에 서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며 이는 『정경유착이나 부정부패등 과거 관행처럼 되어있던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반기업적은 아니라며 『기업이 정당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고 활력을 가지고 뛸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개발과 경영개선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것이 경제부처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욱 연구해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의 대기업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 『변화와 개혁에 기업들이 빨리 적응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간에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만 강조했다. 대통령자문기관인 21세기위원회가 재벌정책에 대해 몇가지 방안을 제시한 후 비자금파문으로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된 가운데 앞으로의 재벌정책방향을 밝힌 셈이다.
이같은 나부총리의 이야기는 결국 기업들을 추스리는 것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최근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들의 경제마인드를 녹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으로 나부총리가 재기용된 의도가 그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경제정책의 기본으로 「인기성」보다는 「신뢰성」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정책이나 약속을 제시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정책을 계속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동산실명제등 굵직한 개혁정책의 성공적 정착에 주력하고 깜짝 놀랄 또 다른 정책을 내놓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부총리는 경기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 「따뜻한 마음」을 강조했다. 경제성장률도 높고 물가도 안정되고, 거시경제지표만을 보면 경제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는 『급격한 산업구조 조정속에서 미처 못따라오고 있는 부문이 있고 이는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논리로 보면 어쩔 수 없지만 모른 척하고 지나칠 수 없으니까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선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선거가 있어 국민들이 물가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물가가 시장경제 테두리내에서 안정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걸맞게 생활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우선 내년에 경기가 연착륙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부총리는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 경제문제 전반에 대해 거침이 없는 처방을 내놓았지만 이러한 원칙들이 현실에 어떻게 접목될지는 미지수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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