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후 기업이미지 제고경영환경 변화 겨냥 포석/코오롱·한진·한보 등 후계가시화 재계판도 재편 전망비자금파문이후 재계에 그룹총수들의 세대교체바람이 일고 있다. 총수들의 연쇄 검찰소환과 법정출두라는 초유의 시련을 겪은 재계가 경영의 핵심인 총수들의 거취에서부터 지각변동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둘 가시화하고 있는 후계구도들은 실추된 그룹이미지와 내부의 분위기를 바꾸는 충격효과는 물론 내년의 경영환경변화를 겨냥한 장기포석을 겸하고 있다. 연로한 총수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젊은 세대들이 그자리를 메우면서 재계의 판도는 빠른 속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세대교체의 대표적 케이스는 2세승계다. 비자금이후 가장 먼저 2세승계 방침을 밝힌 그룹은 코오롱. 이동찬 회장은 20일 그룹회장직을 아들인 이웅렬 부회장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물러앉겠다는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승계는 내년 1월29일 이루어질 전망이며 2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경총회장직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태수 총회장이 구속되면서 비자금파문의 직격탄을 맞았던 한보도 이번 기회를 통해 3남인 정보근 부회장체제를 굳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서사건당시 비상체제를 이끌면서 경영능력은 검증이 끝난 상태다.
한진그룹도 내년 2월 주총을 계기로 조중훈 회장의 2세들이 경영권을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2월 구본무 회장체제를 출범시킨 LG그룹은 최근 데이컴경영권을 장악하는등 공격경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경영대권을 동생에게 물려주는 경우도 있다. 쌍용그룹은 4월 김석원 전회장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김석준 회장이 대권을 이어받았다. 신임 김회장은 「선수경영」의 기치를 내걸고 자동차등 신규사업에 상당한 의욕을 과시하고 있다.
19일 전격적으로 승계를 발표한 특수강전문그룹 삼미도 같은 경우다. 김현철 현회장이 물러나고 동생인 김현배 부회장이 삼미특수강등 6개 계열사운영의 전권을 넘겨받았다.
구체적으로 승계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룹경영을 소그룹으로 나누어 후계구도의 가닥을 잡은 그룹도 많다. 승계의 예비단계인 셈이다. 삼성 현대 한화등 소그룹경영체제를 도입한 그룹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소그룹제는 후계구도가시화와 함께 전문경영인들을 대거 발탁, 소유와 경영의 분리효과까지 노리고있다.
전문경영인들에게 그룹운영을 맡기고 날로 비중이 더해가는 해외경영으로 역할을 제한한 총수도 많다. 대우의 김우중 회장은 윤영석 비서실회장에게 국내총괄업무를 맡긴뒤 폴란드 자동차공장등 해외업무에만 전념하기로 했고 동아의 최원석 회장도 해외수주에만 전념하는 쪽으로 영역축소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동생에게 경영대권을 넘긴 삼미의 김현철 회장도 북미지역 특수강공장경영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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