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은 국가계획의 의욕적인 추진과 나라 분위기의 일신, 그리고 국정운영에 대한 신뢰를 제고시키기 위해 단행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역시 핵심과 성패는 어떤 인물을 기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국민적인 관심속에 단행한 이번 개각이 국민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했는가 하는데는 아쉬움이 적지않다. 적어도 김대통령이 누누이 역설해 온 「인사는 만사」라는 수준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전체 22명의 각료 중 절반을, 그리고 비서실장 등 7명의 수석비서관을 교체한 이번 고위인사 개편은 외형상 몇가지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그런대로 일부 새 인물을 기용함으로써 세대교체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보이고 비교적 전문관료들을 발탁함으로써 전문성을 고려했으며 또 지역안배를 했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내무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 이른바 김대통령의 측근들을 임명하고 또 다수 유임시킨 것은 앞으로 비리 및 과거 청산을 중심으로 한 개혁 강공책을 김대통령의 친정체제로 강력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개각은 15대 총선을 앞둔 당정개편의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만 김대통령이 취임 2년10개월 동안 국무총리를 다섯번째 기용하고 이번으로 4번이나 대폭적인 개각을 단행했다는 것은 결코 개운한 기록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그토록 인사개편이 잦았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과제들이 많았다는 얘기가 될 수 있고 또 필요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경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짧게는 5∼6개월, 그리고 보통 1년 안팎선에서 장관을 교체함으로써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에 부작용을 초래한 점 등은 깊이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어떻든 새 내각과 새 청와대 비서진의 임무와 책임은 막중하다.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것은 비리와 반국가행위에 따른 역사 바로세우기와 지속적 개혁 및 세계화를 밀고 나가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성공적이고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를 반드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과거청산은 엄정하고 단호하게 하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어디까지나 합리적·합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결코 서둘러서도 안되며 또 감정이나 어떤 의도도 개재돼서도 안되는 것이다. 다음 흔들리는 민심을 하루 속히 수습하는 일이다. 엄청난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을 하는데 국민이 혼란과 혼선을 느끼게 해서는 안된다. 끝으로 공무원 사회의 안정이다. 공무원들이 들뜨고 눈치살피기와 무사안일에 젖어 있는 한 개혁과 세계화 추진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새 내각은 국민과 정부 모두 평상심 평상체제로 회복케 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