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주가노프야블린스키지리노프스키/옐친,공산당 맞설 유일대안 여론… 출마 불가피/지리노프스키,레베드 탈락따라 극우파 대표로12·17 총선 결과가 드러나면서 러시아 정국은 곧바로 96년 6월로 예정된 대선전으로 전환하는 느낌이다. 이미 대선출마를 선언한 자유민주당 당수 지리노프스키와 야블로코 블록 당수 야블린스키는 18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실정이 국민들에 의해 심판을 받았다며 대선고지를 향한 기선제압에 나섰다. 옐친 대통령도 19일 체르노미르딘 총리와 만나 경제부처 각료 경질과 개혁노선 수정등 총선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공산당의 승리로 끝난 이번 총선은 기존 대선 정국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왔다. 우선 옐친대통령이 건강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출마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가 공산당의 재집권을 막을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정치 평론가 게오르기 샤타로프는 『공산당의 압승으로 야기될 정치적 위기가 옐친 대통령을 대선가도로 떠밀 것이다』며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7월과 10월 심장병으로 입원했던 옐친은 내년 2월께 재선 도전여부를 최종 결정,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는 생활수준 저하와 치안부재, 체첸사태등으로 지지율이 최근 10% 이하로 떨어지는 등 모든 면에서 최악의 상태에 직면해 있어 출마여부는 아직 유동적이다.
대선후보를 낼 지의 여부 조차 불분명했던 러시아 공산당에서는 주가노프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대선주자의 자리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주가노프는 당내 각 계파의 이해와 공산당 비토그룹을 의식, 그동안 대권에 대한 야심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총선에서 나타난 폭넓은 지지를 바탕으로 곧 대권도전을 선언할 전망이다.
이번 총선이 몰고 온 가장 큰 변화는 아프간전쟁 영웅인 알렉산드르 레베드장군의 대선 대열 탈락이다. 레베드는 한때 여론조사에서 옐친을 비롯해 체르노미르딘, 주가노프, 야블린스키등과 대선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경우 모두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주목을 받았으나 총선결과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레베드에게 밀렸던 지리노프스키가 극우 민족주의세력을 대표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지리노프스키는 대선승리가 총선승리보다 더 쉬울 것이라고 호언하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개혁진영의 대표주자는 예상대로 야블린스키로 확정됐다. 이로써 차기 대선은 체르노미르딘 총리라는 변수가 남아 있지만 옐친대통령과 주가노프, 야블린스키, 지리노프스키등 4파전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상태에서는 어느 후보도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 1차투표 2주일뒤에 있게 될 결선투표에서 크렘린의 주인이 가려질 전망이다. 결선투표에 오를 인물로는 옐친대통령과 주가노프가 일단 유력하다. 그러나 선거전의 귀재인 지리노프스키나 제3의 인물이 돌풍을 몰고올 여지는 남아있다. 모두가 이제 대선 레이스의 출발점에 서있기 때문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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