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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정골사리 모신 오대산 적멸보궁(문화유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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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정골사리 모신 오대산 적멸보궁(문화유산을 찾아서)

입력
1995.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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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자들 지혜얻고 마음의 평화찾는 안식처태백산맥 중추에 자리잡고 차령산맥 출발점이기도 한 오대산은 명산중에서도 명산이다. 골골마다 아름드리 거목들이 숲을 이루어 한반도에서 최고가는 수림을 자랑하고 있고 산전체가 토산으로 이루어져 더없이 크고 넓은 가슴을 간직하고 있다.

삼국유사를 저술했던 일연스님은 『우리나라 명산중에도 오대산이 가장 좋은 땅이요, 불법의 길이 번창할 곳이로다』고 했다. 이는 오대산 한복판에 연꽃처럼 피어오른 적멸보궁을 두고 한말이다.

적멸이란 모든 번뇌의 불이 꺼진곳, 본래의 마음자리인 고요한 상태로 돌아감을 말한다. 법신인 부처의 세계에서 육신으로 인한 마지막 장애까지 훌훌 털어버리고 영원한 진리 그 자체로 돌아가면 그것이 곧 적멸이다. 따라서 적멸보궁이란 깨달음의 성인인 부처의 뼈에서 나온 사리를 모신 보배로운 궁전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곳으로 5대 적멸보궁이 있다. 경남 영축산 통도사 강원 설악산 봉정암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오대산 중대의 적멸보궁이 바로 그곳이다. 그중에서도 오대산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이마에서 나온 정골사리가 모셔진 곳으로 어리석은 이도 이곳에 이르면 지혜를 만나고 욕망이 많은 사람도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신령스러운 땅으로 유명하다.

오대산 적멸보궁은 위압적인 외형이라거나 번잡스런 내부장식이 보이지 않고 그저 단정할 뿐이다. 다른 법당과 달리 경배의 대상인 불상조차 모셔져 있지않고 불단만이 덩그러니 앉아 있다. 이것은 법신불로서 불사리인 석가모니의 진신이 상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불상이 없는 대신 통도사처럼 사리탑이 장중하게 세워져 있는 것도 아니다. 보궁 뒤편 작은 판석에 석탑을 모각한 마애불탑만이 소슬하게 서 있을 뿐이다.

성스럽게 봉안한 흔적이 보이지 않아 하나의 상징일 뿐 사리가 봉안되지 않았다는 의심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느 위치에 사리를 모셨는지 증거하지 않고 다만 국토의 가장 성스러운 산자락 어딘가에 부처님의 진신이 항상 머물러 계신다는 진리를 가르치고 있다. 이것이 오대산 적멸보궁의 큰 뜻이고 옛사람들의 마음일 것이다.

가는 길은 동서울 터미널에서 강릉가는 직행버스를 타고 하진부에서 내려 상원사까지 가는 버스(1시간간격)를 이용한다. 상원사 입구에서 적멸보궁까지는 걸어서 40분정도 소요.<이형권 역사기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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