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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추궁에 피고인 반격 자초/노씨 첫공판 이후/드러난 수사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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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추궁에 피고인 반격 자초/노씨 첫공판 이후/드러난 수사허점

입력
1995.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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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등 「추정성 신문」 그쳐/증거못대 일부 피고 “모른다” 일관/“7월에 연말인사” 앞뒤 안 맞기도검찰은 18일의 노태우 전대통령의 부정축재사건 첫공판에서 관련피고인들의 혐의사실을 집요하게 공략, 기선제압에 성공했지만 수사가 미진했음을 스스로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미진은 일부 피고인들이 반격을 하거나 면피성 발언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주었다.

검찰은 비자금의 대선자금 유입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피고인들을 추궁할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채 「추정성 신문」만을 반복했다.

노씨의 경우 대선자금지원사실은 확인하면서도 밝힐 경우 국가에 혼란이 온다는 이유로 이에대한 진술을 사실상 거부 했다. 검찰이 노씨를 꼼짝 못하도록 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이원조 전의원에 대한 직접신문도 검찰이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소득없이 끝난 대표적인 경우다.

검찰은 이날 이피고인에게 『검찰에서 밝히지는 못했지만 동화은행사건에 연루돼 93년 도피한 것 아닌가』 『금융계인사에 개입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데 사실인가』라는 등 자신없고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해가며 이씨를 신문했다.

사실관계를 들이밀어 피고인의 방어벽을 뚫는 송곳같은 질문이 아니라 통과의례를 위해 마지못해 하는 질문이라는 인상이다.

검찰의 무딘칼에 대한 이피고인의 반응이 『아니다』『없다』『모른다』로 일관했음은 물론이다. 검찰의 「봐주기식 수사」에 따른 어설픈 추궁이 결국 대선자금 조성의 핵심관련자로 지목되고 있는 이피고인에게 변명의 기회만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이날 이피고인으로부터 『92년 1월 청와대 방문때 노전대통령이 「당직자들(민자당)이 선거자금을 요청하는데 돈이 없어 큰일 났으니 부담없이 돈을 줄 사람을 찾아보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이씨가 찾은 「부담없이 돈 줄 사람」은 노씨에게 20억원을 바친 동국제강 장상태 회장뿐이었다는 진술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만족해야만 했다.

이현우 전청와대 경호실장에 대한 신문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공소사실로 인해 이씨에게서 반격을 받기도 했다.

이피고인은 안영모 당시 동화은행장에게서 1억8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범죄사실을 신문받으면서 『공소장에는 91년 7, 9, 12월 뇌물을 받은 것으로 돼 있는데 91년 9월은 대통령 해외순방을 수행했다』고 반격했다.

이피고인은 또 90년 7월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에게 『연말인데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말해 뇌물을 받았다는 공소내용에 대해서도 『7월에 「연말」운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실관계의 오류가 이피고인 범죄사실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지만 『「준 사람이 주었다고 하는데 대세에 지장이 없으니 받았다고 인정하라」고 닥달한 검사의 유도성신문에 말려들었다』는 변명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재벌들에 대한 신문에서도 일부 재벌들은 날카롭지 않는 검찰신문의 틈새를 파고들어 자신에 대한 변명을 하기도 했다.<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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