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국일보사 라운지에서 젊은 판사와 차를 마시고 있었는데, 마침 라운지에는 산악인 허영호(41)씨의 새로운 탐험여행을 격려하는 환송회 준비로 요란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그 판사와 나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은 『저 사람이 부럽다』는 말이었다. 『항상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며, 자신의 한계와 싸우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기꺼이 목숨을 바칠수 있는 자유로운 삶이 부럽다』고 우리는 말했다.우리 주변에는 다른 직업, 다른 세계를 부러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한 50대의 영문학 교수는 한평생 의상디자이너를 부러워 하는데, 디자이너란 직업을 이해하지 못하여 공부만을 강요했던 부모를 지금도 원망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되었다면 훨씬 풍요로운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화가를 꿈꿨던 의사, 배우가 되고 싶었던 주부, 영화감독이 못된 것을 아쉬워하는 엔지니어등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세계는 대부분 부모세대가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생각했던 분야들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반드시 자격시험에 붙고, 안정된 평생직이 보장되는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모가 강경하게 반대했던 경우가 많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다양하게 열린 세계에서 다양한 재능을 꽃피우며 살아갈수 있는 행복한 세대다. 그들은 각자의 영웅을 흠모하며 그 영웅처럼 되기를 꿈꾸며 자란다. 기껏해야 「성공」이나 「인내」따위의 좌우명을 벽에 붙였던 흘러간 세대는 어린이들의 책상앞에 붙어있는 다양한 영웅의 사진들을 주목해야 한다.
고1때 누나를 따라갔던 첫 등산에서 산에 매혹되어 산악인을 꿈꿨던 허영호씨는 지난 12일 남극대륙의 최고봉 빈슨 매시프(해발 5,140m)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3대 극점과 7개대륙의 최고봉을 모두 밟은 세계 최초의 탐험가가 됐다. 82년 히말라야 마칼루(8,451m), 83년 마나슬루(8,156m), 87년 에베레스트(8,848m), 92년 남미 아콩카과(6,959m)와 북미 매킨리(6,194m)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94년 남극점과 오세아니아의 칼스텐즈(4,884m), 95년 유럽의 엘부르즈(5,642m)등 그의 화려한 등정기록은 고독하게 자신과 싸우며 이룩한 영웅의 기록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영웅들을 높이 세워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가슴에 심어줘야 한다. 전직대통령들의 구속으로 뒤숭숭한 연말, 세계에 우뚝선 탐험 영웅이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정명훈, 조수미, 황영조, 서태지, 이창호, 허영호… 늘어나는 영웅들의 이름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